어제 잠을 이루지 못하고 긴 밤을 하얗게 지새웠다.

굳이 들춰보고 싶지 않았던, 애써 묻어두었던 기억들이 머릿속에서 어지럽게 교차했기 때문이다.

일 년 남짓 되었을까.

오랜 시간 곁을 지켰던 사람과 각자의 꿈을 위해 잠시 떨어져 지내기로 했던 적이 있다.

헤어지기 싫다며 내 품에서 울고불고 매달리던 그녀는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잔인한 격언을 증명이라도 하듯 순식간에 타인이 되어 이별을 고했다.

그날, 내 마음의 방에 불을 밝히던 스위치는 차갑게 내려갔다.

그 어두운 방에 다시 불을 켜준 것이 지금의 여자친구다.

누구보다 소중하고, 내가 만나온 그 어떤 사람보다 독특하며 사랑스러운 사람.

예측할 수 없는 그녀만의 언행은 늘 나를 매료시켰고 우리는 단거리 연애의 달콤함에 젖어 있었다.

그런데 다시 시련이 찾아왔다.

그녀가 꿈을 위해 본가를 떠나게 되었다고 한다.
그 순간, 잊고 있던, 아니, 기억하고 싶지 않았던그때의 잔상이 유령처럼 되살아났다.

‘혹시 이번에도 같은 세계선에 서 있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함이 엄습했다.

하지만 나는 안다.

다른 사람이기에 다른 결말이 기다리고 있을 것임을.

도전을 즐기고, 일할 때 눈을 반짝이는 그녀를 알기에 불안함보다는 응원을 건네기로 했다.

시골을 떠나 낯선 도시로, 연고도 없는 땅에서 홀로 서야 할 그녀를 생각하면 걱정이 앞서지만 말이다.

씩씩하고 붙임성 좋은 겉모습 뒤에 누구보다 여리고 외로움을 타는 그녀의 본모습을 알기에 마음이 더 아려온다.

누군가 그랬다.
기억은 머리로 하고, 추억은 가슴으로 하는 것이라고.

지금 내 마음속에서는 아픈 기억들이 무뎌져 가는 자리 위로 그녀와 만든 새로운 추억들이 수북하게 쌓이고 있다.

과거의 기억이 독이라면, 현재의 추억은 해독제인 셈이다.

새로운 환경, 새로운 사람들 속에서 그녀가 울지는 않을지, 적응은 잘 할지 밤잠을 설치며 고민한다.

나조차 낯선 곳이 두려운 나이인데, 그 여린 어깨로 감당해야 할 몫이 무겁지는 않을까 부디 다치지 말고 무사히 그곳에 뿌리 내리길 기도할 뿐이다.

얼마 전, 함께 벚꽃 구경을 갔다.

그녀는 아이처럼 해맑게 웃으며 꽃이 참 예쁘다고 했다.

나는 그 곁에서 고개를 끄덕이며 속으로 생각했다.

'사실은 말야, 벚꽃보다 훨씬 예쁜 꽃이 내 곁에 피어 있는데 넌 알고 있을까.'

밥 두 공기에 냉면까지 해치우면서도 "요새 공기밥 양 적은 것 같아 ㅠ"라고 묻는 그 엉뚱하고 사랑스러운 모습까지, 내 눈에는 온통 봄날의 햇살 같다.

과거의 기억에 발목 잡히기엔 지금 내 앞에 있는 너라는 추억이 너무나 눈부시다.

오늘도 고생했어. 네가 어디에 있든, 나는 항상 여기서 너라는 꽃을 응원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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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잠 안와서 새벽에 나가서 찍은 벚꽃이야

예쁘지

다치지 말고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랑해 어제보다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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