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준아 아-해야지"

황룡이 숟가락에 든 유아식을 내민다.


"빼액-"

황룡의 손을 후려치곤 울기만 한다.


벌써 며칠째다. 매 끼니마다 황룡이 애를 충분히 씀에도

김민준의 어리광은 그칠 줄 몰랐다.


일주일 전 밤이었다. 해병을 피해 몰래 샤워를 마치고 돌아온 황룡은

생활관으로 돌아와 몰래 숨겨놓은 바나나 우유를 마실 생각이었다.


샤워 후 달아오른 몸 기운에 부드러운 우유로 달랠 생각에 기분이 좋아졌다.

저도 모르게 올라가는 입꼬리를 내리며 체스터를 열었다.


'잘 부탁합니다, 이름: 김민준 생후 7개월'


처음보는 아기는 아니다. 며칠 전 막사안에서 지나가듯 몇번 흘겨본 아기다.

해병 미혼모인 대원 한명이 등에 아기를 업고 고된 작업을 하는 것을 보았다.

아무래도 사고를 치고 애 아빠는 도망갔으리라 지레 짐작했다.


체스터 안에 보자기로 쌓여진 아기를 보곤 적잖이 당황하였다.

그러나 잠시 후, 아기가 울어대는 통에 당황할 기색도 없었다.

배가 고픈 것일까, 밥을 줘도 먹지 않고 입 밖으로 흘긴다.

응아를 한것인가. 엉덩이를 만져보았다. 아니다.


이리저리 아기를 굴리고, 던지고, 돌려도 보았으나 울음은 그치지 않았다.

그 순간, 몸 움직임에 황룡이 입고있던 샤워가운이 내려가면서

제법 봉긋한 가슴이 고개를 내밀었다.


그제서야 아기가 울음을 그치기 시작했다.


"후...."


그렇게 일주일이 지났다. 며칠 사이에 아기는 몰라보게 훌쩍 커버렸다.

자라난 아기를 보며 내심 뿌듯하였지만 그만큼 육아는 어려워졌다.


가장 큰 문제는 식사였다. 일반적인 우유나 미음, 과일을 곱게 갈아 죽처럼 만든 것도 줘 보았지만

도통 먹을 체 하지 않았다. 혹여나 하는 마음에 주계장에서 해병 짜장을 훔쳐 먹이자

잘 먹는 듯했다. 하지만 그것도 금새 싫증을 냈다.


혹시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걸까. 부대 내 군의관인 손수잘에게 찾아가 보았다.


"며칠 째 통 밥을 먹지 않아. 내가 먹는 음식도, 니네가 먹는 그것들도.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걸까?"


간단한 피 검사를 하고 청진기도 이러저리 대 보았지만 아무 이상 없었다.

아무래도 단순 반찬투정인 것 같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무엇을 줘야할까. 일반식은 입도 대질 않고 그나마 해병 짜장은 잘먹으니 해병식을 줘야하나.

허나 해병식에는 전혀 일가견이 없던 황룡이라 도통 의문을 해결 할 수 없었다.


'그래. 주계병을 찾아가자. 그놈들이라면 뭐라도 내오리라. 창의력만큼은 기똥찬 놈들이니 말이야."


아기를 등에 업고 주계장에 찾아간다.


조리실에서 열심히 웍을 굴리는 소리가 들린다. 어찌나 불이 강한지 진떡팔의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혀있다.

황룡이 문을 열고 들어오는 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한참을 웍질을 하더니 드디어 고개를 돌려본다. 


"오, 황룡. 네 이놈. 전우애는 싫다더니 임신이라도 한게냐? 얌전한 고양이가 제일 먼저 부뚜막에 오른다더니.."


"그런거 아냐. 이 아기가 먹을 것 좀 내와봐."


"아기라.. 흠..."


아기를 유심히 지켜본다. 


"몇개월이지?"


"7개월정도?"


"그럼 일반적인 해병푸드로는 안되겠군."


다시 조리실로 들어간다. 

약 30분이 지났을까. 

조리를 기다리는 동안 아기가 물고있던 황룡의 젖꼭지가 허옇게 불었을만큼의 시간이 지났다.


"오래 기다렸다. 뭘 좋아할지 몰라서 다 준비하느라 늦었어."


10인석 책상을 가득채울만큼 많은 양의 음식이 나왔다.

그러나 이게 왠 일인가. 민준이 몇몇 음식만큼은 잘 먹는게 아닌가.


"역시 그런가." 

진떡팔이 고개를 끄덕였다.


"황룡. 잘 봐라. 민준이가 비운 접시를. 민준이는 단 것을 좋아한다. 민준이가 먹은 음식만 봐도 그래.

해병 마카롱, 해병 달고나, 해병 고구마맛탕."


몇몇 음식은 그릇이 비워져있지만 저게 단 맛이 나는 음식이라니 의문스러웠다.

전부 똥이나 사람의 육체, 분비물 따위를 마구잡이로 버무려놓은 주제에 그 안에도 나름대로의 맛 구별이 있다니

황룡은 혼란스럽기 그지 없었다.


"단맛은 모르겠고 아무튼 잘먹을 만한걸로 몇개 더 내줘봐."


"무리야. 단 음식은 내 전공이 아니거든. 우리 주계병 한명이 하는 걸 겨우 몇개 따라한 것 뿐이거든." 


"그럼. 그 주계병은 어딨는데."


"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