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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울한 정적만이 감도는 수송선 안의 분위기는 무거웠다.



그도 그럴 것이 이 가엾은 여덟명의 해병들은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길을 떠나는 여정에 있었기에 누구랄 것 없이 모두가 굳은 표정으로 선내 바닥만을 내려다 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 쿵하는 소리와 함께 선체가 불안정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단순 운항 중의 난기류라고 보기에는 심하게 요동치는 것이 아무래도 외부 타격에 의한 반동인 듯 했다. 해병들 또한 위험을 감지한 듯 바닥에서 시선을 거두고 불안한 눈길로 선실 내를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이거... 아무래도 발각된 것 같군.."



여덟명의 해병들 중에서는 두번째 고참이자 얼굴을 대각선으로 가르지르는 흉터가 인상적인 데이비스 상병이 중얼거렸다.



"예? 아니, 이 야심한 밤에 우리가 발각될 수가 있습니까?"



데이비스 상병의 말에 그 옆에 있던 헨슨 이병이 화들짝 놀라듯 되물었다. 이 지옥 같은 행성으로 배치 받은지 얼마 되지 않은 풋내기 다운 반응이었다.



"이봐, 우리한테나 낮과 밤이란 것이 있는 것이지 저 외계괴물들에게 낮과 밤이란게 있겠어? 그렇지 않아도 그 멍청한 머리가 죽을 때가 되니 더 멍청해지는군 그래."



건너편에 마주보고 앉아 있던 잭슨 상병이 핀잔을 주며 쏘아 붙이자 헨슨 이병은 억울하다는 듯 뭐라 덧붙이려 하였으나 이 해병들 중에서는 최고 고참인 Hwang 병장의 일갈로 입을 다물고 말았다.



"새끼들... 기열! 명색이 해병이란 것들이 어찌 이렇게들 경박하단 말인가! 다들 정숙하도록!"



그의 쩌렁쩌렁한 포효는 마치 울트라리스크의 성난 울음을 연상케하였다. 최고 선임의 명령이 있기도 했거니와 울트라리스크라는 결코 마주하고 싶지 않은 괴수를 떠올리며 과거의 트라우마를 자극당한 해병들은 삽시간에 조용해졌고 선실 내에는 일정한 주기로 쿵쿵 울리는 굉음만이 가득했다.



"이런 작전이 어디 한두 번이던가? 그리고 다들 수송선이 피격당했을 경우에 대비한 낙하훈련도 하지 않았는가! 호들갑 떨지들 말도록!"



아아, 그렇다.


Hwang 병장의 말대로였다.


듣기만 해도 든든한 최고 선임의 말에 다른 일곱명의 해병들 또한 고개를 끄덕였다.



"하기사, 피격당해서 저 외계괴물들이 득시글거리는 한복판에 떨어져도 Hwang 해병님과 함께라면야...."



만면에 웃음을 가득 띄고 분위기를 띄워보려는 이는 존슨 상병이었다. 그는 이 일곱명의 해병들 중에서 가장 오랫동안 Hwang 병장과 함께 해온 전우이기도 했다. 과거 그의 경험담에 따르면 Hwang 병장에게는 일반 해병들이 지닌 가우스 소총이 아닌 자신만의 특수한 무기가 있으며 그 무기로 저그든 프로토스든 가릴 것 없이 모조리 해치울 수 있다라고 했다.



물론, 처음에는 그 말을 선뜻 믿기 어렵긴 하였으나 그러한 의심의 눈초리를 불식시키려는 듯 그는 말로 해명하는 것이 아닌 자신의 무기를 직접 만인의 눈앞에 드러내는 것으로서 갈음하였고 그 이후, 모두들 그의 말을 믿고 있는 것이었다.



다만, 아직 지금까지도 그런 Hwang 병장의 자자한 평판에 대해 의구심을 품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이 일곱명의 해병들 중에서 가장 나이가 어리고 서열 막내였던 제임스 이병이었다.



굳게 입을 다물고 조용히 명상에 잠긴 듯 고요한 Hwang 병장과 그런 그를 든든하게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여섯명의 선임 해병들을 번갈아 보던 제임스 이병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저기... 대체 Hwang 해병님이 어떤 무기를 소지하고 계시길래 다들 그리 맹신하시는 겁니까..?"



제임스 이병의 말에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집중되었다. 방금 전까지의 웃는 낯은 온데간데 없어진 터였다.



"새끼... 너 감히... Hwang 해병님께서는 육편이 튀기는 그 전장에서 그 무기로 내 목숨까지 구해주셨거늘... 그걸 의심하는거냐?"



당장이라도 싸울 태세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이는 데이비스 상병이었다.



"어이, 신병. 상당히 건방지군."



옆에 있던 존슨 상병도 한마디 거들었다.



다른 여섯명의 선임들이 뭐라 쏘아붙이며 성난 기색을 보이자 당황하기 시작하던 제임스 이병이 어버버 거리며 말을 잇지 못하는 가운데, Hwang 병장이 입을 열었다.



"새끼들... 정숙!"



적들로부터 벗어났기 때문이었을까, Hwang의 일갈로 다시금 삽시간에 조용해진 선내에는 더는 굉음이 울리지 않고 있었다.



"아쎄이... 그러고 보니 넌 온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나의 무기에 대해 의문을 표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터. 그렇다면 이 기회에 직접 볼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아까의 울트라리스크를 연상케 하는 포효와는 달리 평상시의 말투는 흡사 프로토스 광전사를 떠올리게 하였다. 그리고 그 위압감에 압도된 제임스 이병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Hwang 병장은 자신의 급소 부위로 손을 가져다 대어 장착되어 있는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전투복의 패치가 열리더니 갑자기 푸른빛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하였다. 마치 프로토스의 사이오닉 검에서 뿜어져 나오는 광채와도 같았다. 아니, 그것은 실제로 사이오닉 검이었다. 영롱한 푸른빛이 타오르는 그 검이라고 불리울만한 것은 이글거리며 선실을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아쎄이, 이것은 사이오닉 포신이라 불리우는 것이다. 나는 일찍이 프로토스들로부터 정신으로 무언가를 창조해내는 비법을 배웠지. 그들에게 기합찬 정신력으로 만들어내는 사이오닉 검이 있다라면 나에게는 해병혼으로 만들어내는 사이오닉 포신이란 것이 있지. 이 포신으로 나는 일찍이 수많은 전우들과 생사고락을 함께하며 나의 목숨은 물론 많은 이들의 목숨을 구했-"



그 순간, 쾅하는 굉음과 함께 수송선이 두동강 나버렸고 여덟명의 해병들은 어찌할 틈도 없이 기압 차이로 인하여 선체 밖으로 빨려 들어가듯 하나둘씩 사라져 버렸고 그 모습은 여간 기열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