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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앞에서 열심히 조깅을 하는 중이던 덩치 큰 사내는 예상치 못한 부름에 놀랐다는 듯이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조 해병님께서 그 사내에게 가까이 다가가 초면이 아닌 듯 아는 체를 하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필승!! 이야~ 정말 오랜만에 뵙습니다. 그러고 보니 전역하신지 벌써 3년이 넘지 않으셨습니까? 왕 해병님, 어떻게 좀 잘 지내시고 계신지요?"


"...?"


"아차, 여기 이 녀석은 제 후임 김픽톤 해병이라고 합니다! 전입온지 3개월 쯤 된 녀석인데 이번에 같이 외박을 써 놀러 나오게 됐습죠... 어이 픽톤아! 인사드려라, 이분은 내 선임 왕택봉 해병님이시다."


"...아, 악! 이병, 김. 픽. 톤!! 왕택봉 해병님께 필-씅!!
건강히 잘 지내셨는지에 대한 여부를 확인드릴 수 있는지를 검토드릴 것을 질문드리는 것에 대해 왕 해병님의 심기가 거슬리지 않을지를 조심스레 여쭤보는 것을 허락받아도 되겠습니까-앗!!!"


비록 왕택봉 해병님을 실물로 본 적은 없었다만 얼떨결에 나 역시 조 해병의 말에 그 덩치 큰 사내를 향해 중첩의문문까지 사용해가며 그를 환대한 바,


하지만 사내는 그럼에도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우리 두 사람을 빤히 쳐다보더니, 이내 다음과 같이 말하는 것이었다.


"저기요.. 아저씨들, 사람 잘못 보신 것 같은데요. 제 이름은 왕택봉이 아니라 최만득이고요. 해병대 아니라 그냥 육군 나왔어요..."


"아니, 뭐라고요?"


조 해병님께선 사내의 답에 적잖게 당황하셨고, 나는 그 모습에 '그 조 해병님께서도 실수를 하는 날이 다 있으시구나' 하는 생각에 살짝 피식할 수밖에 없었다.


"그럴리가 없습니다... 왕 해병님, 저 못 알아보시겠습니까? 조 해병이요!! 전역하실 때 저에게 해주신 말씀 다 잊으셨습니까? 나중에 다시 만나면 전우애도 한판 하자고 약속하지 않으셨습니까!!!"


"아니 뭐라는 거야!! 애초에 나 해병대도 아니었고 니들이 그런 약속을 한 걸 내가 어떻게 아냐고!!! 비켜!!"


해병님의 애탄 물음에도 그 덩치 큰 사내는 오히려 질색을 하며 조 해병님을 밀쳐버리는 것이었다.


"조 해병님!!"


"어이가 없네 진짜..; 이봐요 아저씨. 당신 선임이 말하는 왕 해병이 누군진 모르겠는데, 저 진짜로 태어나서 이 사람 처음 보거든요? 그러니까 제발 좀 데리고 가세요, 네?"


"아, 네. 죄, 죄송합니다..."


확실히, 저렇게까지 반응하는데 본인일리가...


나는 더 이상 개쪽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쓰러진 조 해병님을 부축하며 그의 귓가에 속삭였다.


"조 해병님, 저 분 말씀하시는 걸 듣자하니 정말로 그 왕 해병님이란 분이 아니신 것 같습니다? 이만 사과하고 여기서 적당히 물러나시는 게..."


"...기지 마."


"조 해병님?"


"웃기지 마!!!!!!!!!!"


순간 포항시민공원 전체에 울려퍼진 우렁찬 포효.


이에 지나가는 모든 행인들은 놀라서 이내 우리를 바라보며 하나씩 수근거리기 시작했다.


"어머머, 무슨 일이야?"


"저기 좀 봐! 해병들이 저 사람을 괴롭히고 있었나 봐."


"똥게이새끼들 또 행패부리네 ㅉㅉ 인터넷에서 그렇게 욕을 먹고 있으면서도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대?"


"야, 니네 부대로 돌아가 이 씨발새끼들아!!!"


하나둘씩 몰려오던 시민들과 그들의 분노어린 눈초리, 증오로 가득한 저주에 나는 그만 너무도 무서웠던 나머지 조 해병님을 보호하기는커녕 그의 등 뒤로 숨어 오들오들 떨고만 있는 찐빠를 저지르고 말았다.


하지만 조 해병님께서는 그런 시선과 욕설 따윈 신경쓰지 않으시는 듯 오히려 당당한 태도로 덩치 큰 사내만을 바라보며 말을 이어나가시는 것이었다.


"왕택봉, 그렇게 해병대 출신인 것이 부끄러웠단 말이냐? 네놈에게 해병대란 고작 18개월 동안의 덧없는 꿈과도 같은 부질없는 시간이었냐는 말이다!

후임은 3일에 한번씩 패야 말을 잘 듣는다, 아쎄이들한테 너무 잘해주면 먹히니까 조심해라, 말 안듣는 후임의 마음을 꺾는 가장 좋은 방법은 후장을 따는 것이다, 이 모든 가르침은 다름아닌 네가 가르쳐 준 것일 터...!

그 아름답고 소중한 모든 추억과 기억을 사랑하는 옛 후임의 면전에서 부정해버릴 정도로, 기열 싸제 생활에 물들어 타락한 것이 정녕 네놈의 현재 모습이냐는 말이다!!!!!"


"어머 뭐야 저 사람도 해병이었어?"


"아, 아니에요!! 저 또라이 새끼가 지금 거짓말을 하는 거라고요! 에이 씨발, 오늘 운수가 나쁘려니 원...!"


사내는 시민들의 의심의 눈초리를 피해 황급히 그 자리를 벗어나려고 했으나, 조 해병님께서는 여전히 그에게 악이 받친 듯 침을 튀겨가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대고 계셨다.


"도망치지 마!!! 이 비겁한 자식!!! 맞서 싸워!!! 지금 네놈의 그 행동, 우리들의 영웅 황근출 해병님의 이름 앞에서 부끄럽지 않을 자신이 있는 것이냐?!!! 무엇이 네놈을 지금의 겁쟁이로 전락시킨 것이냐!!!"


"아 이 씨발 진짜!!! 나 그 사람 아니라고 몇번을 말해!!!!"


결국 계속되는 도발에 분노한 사내가 주먹을 날렸으나-


잡앗-


"익.. 이익! 이거 안 놔?!"


"흥, 수준낮은 주먹질이군. 해병대를 떠나면서 긍지조차 저버린 놈의 말로란 그 모양 그 꼴이 되는 거다."

놀랍게도 조 해병님은 눈 깜짝할 사이에 사내의 팔을 순식간에 휘감아 그를 손쉽게 제압한 것이었다!


멋진 기술이었으나, 벌써부터 사방에선 해병이 이젠 민간인에게 폭력을 행사하려 한다며 웅성거리던 상황...


나는 더 이상의 마찰을 피하기 위해 조 해병님의 반대편 팔을 붙잡고 그에게 필사적으로 부탁하기 시작했다.


"조 해병님 제발 그만하십시오!! 아니라고 하잖습니까? 저희 여기서 자꾸 소란피웠다간 진짜 잡혀갈지도 모릅니다!!!"

"닥쳐라!!!!!"


순간, 나는 그의 포효에 아무 저항조차 못하고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아버렸다.


"아쎄이, 내가 우습게 보일테지? 당사자가 이렇게까지 말하는데 어째서 아직까지 저놈을 왕택봉 해병님이라고 주장하는 걸까 답답하기도 할테고 말이다.

하지만 우린... 아직 모르지 않느냐, 지난 3년 간 그분께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정말, 정말 희박한 확률이지만... 저분이 만일 지금 기억을 잃으신 것이라면?

어느 한여름 밤에 기열 공군새끼: 모델 딱따구리(동물계 환수종)에게 뇌를 쪼아먹혀 우리들과의 추억을 모두 망각하신 것이라면...?

동료가 그런 비애를 겪어 이 꼴이 된 걸지도 모를텐데, 당장의 부정으로 그런 가능성을 무시해버린다면... 바보같은 일이지 않겠느냐..?!

정말 이대로 그를 그냥 보내준다면 우리는 동료를 내버리게 되는 것일지도 모른단 말이다...!!!"


침착하게, 하지만 울분이 담겨있는 그의 일장연설.


독자 여러분께는 터무니없는 개소리로밖에 들리지 않겠으나, 참으로 기묘하게도 그 소리를 천천히 듣고 있자니 이상하게도 나의 손은 어느샌가 조 해병의 몸을 놓아버린지 오래였다.


그럼에도 어쩔 줄 몰라하던 나의 다음 행동을 결정지은 것은, 내 쪽은 단 한번도 돌아보지 않으신 채 묵묵히 사내의 얼굴을 훑어보던 조 해병님의 한마디였다.

"내가 사람을 잘못 봤군."


자 여러분은 그 말을 들은 필자의 심정을 이해하는가?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그 순간 이전까지도 혹시나 모를 의심에 사로잡혀 조 해병님의 행동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조 해병님께서 그 순간 내게 날린 일갈은, 나에게 군생활 중 어느 때보다도 격렬한 감정을 불러 일으켰다.


동료를 저버릴 수도 있었다는 부끄러움(shame),

동료의 태도를 믿지 못했다는 죄책감(guilty),

그리고,

동료를 되돌릴 수 있다는 희망(hope).

그 모든 것이 나의 심적세계 안에서 요동치기 시작한 순간, 나는 더 이상 망설이지 않기로 결심했다.


"...아아아."


"뭐야? 당신은 또 왜 그래? 빨리 당신 선임이나 데려가."


"아아아아아아."


"으아아아아아아아아!!!!!!!!!!!!!!!!!"


"뭐, 뭐야! 갑자기 왜 그러는데?!"


이윽고 나는 조 해병님을 집어던진 뒤 그 덩치 큰 사내의 발목에 서머솔트 킥을 갈겨 그 자리에서 자빠뜨렸다.


쩡~


"아이쿠!!"


"저것 좀 봐! 이젠 죄없는 시민을 공격하고 있잖아!!"


기열 시민 새끼들의 야유 따위는 더 이상 나를 가로막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나에게는 기억을 잃은 왕 해병을 제정신으로 되돌릴 단 한가지 방법이 떠올랐기에...


나는 침착하게 쓰러진 사내의 옷을 찢어발긴 뒤 나 역시 바지를 내린 다음, 그대로 사내의 두툼한 엉덩이 속으로 포신을 삽입했다.


"끄아아아아아악~!!!!!!!!!!"


"라이 라이!! 라이 라이!!!!"


쿵 떡 쿵 떡 쿵 떡


"끼야아아아아악~!!!!!"


우리들의 아름답고 황홀한 즉석-길거리 전우애에 도시는 광란과 유희의 도가니로 돌변했다.


"아흑... 땋, 끄하악. 이 씨발 게이새끼가, 어흑, 억, 헉, 어흐억, 그만두지 못해...!!"


"왕택봉 해병님. 지금 많이 혼란스러우실 것입니다. 하지만 한번만 저를 믿어주십시오. 분명 해병대의 전통 의식인 전우애를 나누신다면 기억이 돌아오실 게 분명합니다!"


"이 미친 새끼야, 나 왕택봉 아니라고!!!!"


"그건 두고봐야 알겠죠."


"오혹?! 응호옥?!!"


나는 그가 온건히 전우애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사내의 입을 딥키스로 봉쇄, 진떡팔 해병님만큼이나 풍성한 그의 가슴을 손수 주무르며 전희를 돋구기 시작했다.


"픽톤아, 너..."


이 목소리는 조 해병님!!


고개를 돌려보니 조 해병님께서는 놀라신 듯한 얼굴로 우리들의 전우애를 바라보고 계셨던 것이다.


"조 해병님,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 왕 해병님께 전우애로 충격요법을 가해 기억을 되돌려놓도록 하겠습니다!"


"살려줘!!! 당신 후임이 날 강간하고 있어!!!!"


"입닥쳐 이 암퇘지년!!"


철썩-


여전히 상황을 부정하는 왕 해병의 궁둥짝을 한대 후려갈기자 그대로 다리가 풀리며 정신을 못차리는 그 모습에 나는 고비가 얼마 남지 않았음을 직감했다!


비록 나는 왕 해병님을 단 한번도 뵌 적이 없었으나 이 음탕한 씨발창년 바빌론의 탕녀와도 같은 암퇘지같은 모습은 필시 그분의 것이 분명했으리라!!


이 한방에 모든 것을 끝내리란 결심과 함께 나는 왕 해병님의 허리를 붙잡고 마지막 스퍼트를 올리기 시작했다!


"싼다, 이 씨발 암퇘지년아!!!!! 전부 받아들여랏!!!!"


"부히이이이익-!!!!!!"




두 발의 총성과도 같은 교성,

두 발의 총상과도 같은 오르가즘,

그리고,

단 한 발의 새하얀 혈흔(血痕)이요, 백탁(白濁)이 흐느끼는 사내의 전우애 구멍에서 꾸역꾸역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 모든 사태의 주도자였던 나는 사내의 등 뒤에 걸터앉은 채 말보로를 태우며 야외 전우애의 흥분을 가라앉히고 있었을 뿐.


"흑... 끄흑.. 흐그으윽...."


"후... 맛있었다 씨발년아."


부대에선 늘 수 포지션이었던 내가 설마 이런 대선배님을 공 포지션으로 절정시킬 줄이야, 설마 나한테 황근출 해병님 이상의 짜세해병으로써의 피가 흐르기라도 했던 것일까?


그런 쓰잘데기없으면서도 기분좋은 상상에 잠겨있던 그때, 방금 전 찢어발긴 사내의 바지 주머니에서 튀어나온 지갑이 문득 눈에 띄였다.


"아~ 맞다. 저기 신분증 있겠네. 왕 해병님, 이미 방금 전 전우애로 기억을 되찾으셨을 거라고는 믿지만 혹시 모르니 한번만 확인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왕 해병님의 엉덩이에 대충 담배꽁초를 비벼 끈 나는 콧노래를 부르며 널부러진 옷쪼가리들 틈새에 놓여있던 지갑을 꺼내들었다.


"룰루랄라... 보자 보자... 아이 참, 그나저나 신분증에 이미 이름 다 적혀있을텐데 뭐하러 그렇게까지 아니라고 우기시던..."


그리고 신분증을 확인한 나는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주민등록증

영춘 吳英瑃
93xxxx-6974892


"음?"

"음..."

"음.. 흠흠, 으흐흐흠."


"느그... 으느르그 흐쯔느... 으 쓰블스끄으... 흡... 흐극...."


음, 아무래도 내가 뭔가 사소한 찐빠를 저지른 것 같다.


하지만 이제 와서 감히 말해보건대, 지금 이 모든 상황은 사실 따지고 보면 조 해병님이 날 부추긴 것 때문에 벌어진 일 아니던가?


내 말은, 애초에 조 해병님께서 나에게 사람을 잘못 봤다느니 하는 말로 도발을 한 것부터가 잘못이었다는...


...잠깐. 사람을 잘못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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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아, 아아아."


비로소 모든 진실을 깨달은 나는 벌벌 떨며 아직도 전라로 흐느끼고 있던 사내에게서 서서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어느새 시민들의 신고로 들이닥친 수천명의 헌병들과 경찰, 공군 무리가 사방에 깔린 채 나를 향해 총을 겨누고 있었고, 시민들은 나를 역겹다는 듯한 얼굴로 노려보며 온갖 쌍욕과 저주를 퍼붓고 있었다.


그런 절망스런 상황 가운데 나는 마지막으로 도움을 요청하기 위하여 조 현병 해병님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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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병신아."


유난히 싸늘하던 가을이었다.



-2014년 11월 32일, 국군 교도소에서.

필자 김픽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