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를 달리는 버스 안. 


갖은 시도 끝에 결국 황룡은 탈영에 성공했다.

어쩌면 탈영이라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을 지 모른다. 그는 복무일이 끝나 전역을 한 것이니까… 

어쨌든 황룡은 포항시를 뜨기로 결심했고, 임시로 구한 자취방이 있는 인천으로 향했다. 


황룡이 작게 중얼거렸다.


“…해병-탈영! 싸제어로는 전역이라고 한다….“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웃은 황룡이 미묘한 표정으로 바깥 풍경을 바라본다. 아무래도 점점 구불구불한 길로 들어서는 것이, 이제 곧 도착할 모양이다.



끼익-


버스가 정차하고, 문이 열린다.


‘마침내…!’


터미널 하차장의 매연섞인 공기마저 황룡에게는 더없이 달콤하게 느껴졌다. 이젠 똥게이 새끼들도, 그들의 분비물에서 풍기던 역겨운 냄새도 없다. 


어쩐지 이곳은 사람들도 더 좋아 보이는거 같…


퍼억!


“씨발 뭐야?” 


누군가 뒤에서 어깨로 황룡을 들이받은 것이다. 


욕설로 일갈한 그가 어떤 놈인지 확인하기 위해 신경질적으로 뒤돌아 보았으나, 구태여 찾을 필요도 없었다. 그 자리에 그대로 떡하니 버티고 선 웬 곽말풍같은 새끼가…


어? 곽말풍?


왜 여기에?


“뭐? 지금 씨발이라고 했어? 너 내가 누구인줄 알-“


문득 ‘근데 이 새끼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데?’ 라는 생각이 든 곽말풍이 하던 말을 끝맺지 않고, 모자를 쓰고 고개를 푹 숙여 버린 황룡의 외양을 뜯어보기 시작했다. 


”엇…? 너 잠깐 이리 와 봐.“


황룡이 곧장 뒤돌아 터미널 밖으로 내달리기 시작한다. 사고 기능이 정지하고, 생각 회로가 뒤집어졌다.


‘씨발, 버스 기사도 한통속인 거야. 여기 인천 아니지?‘ 


겨우 도망쳐 나왔다고 생각했는데 도착하자마자 처음 만난 사람이 곽말풍이라니. 


”흐악…흐악…! 터미널은 또 뭐 이렇게 넓어…헉!”


퍽!


정신없이 사람들을 헤집고 달리던 황룡이 미처 모퉁이의 편의점에서 나온 여자를 피하지 못하고 부딪혀 넘어졌다.


“죄…죄송!”


그때, 순간 뇌리를 스치는 이질감.


’달려와서 부딪힌건 난데 왜 내가 튕겨나?‘


심지어 여잔데?


홀린듯 고개를 든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그녀의 군복 그리고… 


붉은 명찰.


더 볼것도 없다. 그녀가 누군지 아주 잘 알고 있으니까.



“맹…빈아”



이제 다 끝났다. 그 버스를 타는게 아니었는데……


빙긋 웃으며 체념한 황룡이 곧 자신에게 날아들 일격을 상상하곤 눈을 감았다.


그런데 그때 들려온 말이 그를 순간 벙찌게 했다.


“아, 죄송합니다. 잠시 딴 생각을 하느라. 다치신 곳은 없으십니까?”


정신을 차리고 그녀를 다시 올려다 본 황룡. 


‘맹빈아가 아니야?’


눈앞의 이 해병은 그가 알던 해병들에 비하면 행색이 너무도 말끔하다. 그리고 눈에 띄는것은 저 손목시계. 숫자를 셋밖에 못 세는 똥게이 새끼들이 구태여 손목시계를 차고 다닐리는 없잖은가?


멍한 표정으로 한참이나 그녀를 쳐다보던 황룡이 입을 열었다.



“…여긴 어디?”



“미친사람인가?“



순간 올라온 마음의 소리를 참지 못한 그녀가, ’아,‘ 하고 입을 다물었다.




...어색한 정적이 흘렀다.





……






“그러니까, 정말로 인천 해병대 소위님이 맞으시다고?”


“네. 대체 제가 누구라고 생각하셨는데요?”


어… 말해주면 화낼 것 같은데.


아무튼.


”죄송합니다. 제가 아는 해병들이랑은 너무 달라서.“


“혹시 포항 해병 출신이세요?”


좋지 않은 기억들이 떠올라 순간 움찔한 황룡이 어떻게 알았냐고 되물으려다, 하긴 모르는 게 더 이상하겠다는 생각에 도달하고는, 조용히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인다.


“아… 그래서.”


이 자랑스러운 새끼들, 너희 때문에 내가 인천에서도 고개를 못 들고 다닌다!


“포항 해병 잘 알죠. 이곳 해병은 그쪽 해병이랑은 많이 다를 거예요.”


“그래야죠. 그런게 세상에 또 있으면 안 되죠.”


“하하…”


어색하게 웃은 소위가 안쓰럽다는 듯 황룡을 흘겼다.


“뜬금없지만 여기 해병도 공군 보면 발작하고 그럽니까?“


“조금 불편하기는 한데, 그 정도는 아니에요.”


“말하는거 들어보면 막 친한것 같진 않던데?”


“공군이 우릴 경계해서 엉뚱한 짓을 많이 해요. 그러면 항상 우리가 수습하고.”


완전 반대네? 


그런데 공군이 해병을 경계한다는 거… 설마 우리 때문인가?


신선한 문화적 충격에 피식 웃은 황룡이 무어라 말을 꺼내기도 전에, 저 멀리서 엄청난 굉음이 들려왔다.



쿠궁! 쿵!



“아 씨 또 뭐지? 공군기지 쪽인데? 복귀해 봐야겠어요. 안녕히 가세요!“


”아… 네.“


내심 역돌격을 하지 않을까 기대한 황룡이 정말 부대로 복귀하는 그녀의 뒷모습을 신기한 눈빛으로 쳐다보다 다시 한번 생각했다.


‘진짜 반대네…….’





……





- 요청 거부됨, 권한 없음.


“뭐야? 이거 왜 이래?”


김포, 아니 전 공군 최고의 정비공, 공구리 중위. 


그의 손을 거치면 평범한 종이비행기 따위도 세기의 결전병기로 재탄생된다. 그런 그가 고작 프로토타입 로봇의 운영체제를 설치하는데 반나절을 쏟더니, 이제는 무언가 뜻대로 풀리지 않는다는 양 침음성까지 흘려 대고 있으니, 지켜보는 이들의 불안감이야 오죽하겠는가? 


본부로부터 보급받은 프로토타입 무기를 하루만에 고장낸 대가는 둘째 치더라도, 그들보다 먼저 공군출을 도입한 포항 공군으로부터 그 성능에 대해 익히 들어왔기 때문이다. 


만약 그런 병기가 통제를 벗어나 날뛰는 일이라도 벌어진다면? 뒷일은 차마 상상하고 싶지 않았다.



“저러다 잘못되면 정말 큰일나는거 아닙니까? 저거 한 대면 그 괴물 같은 포항 해병 놈들도 다 때려잡는다던데…”


“어허, 자네같은 사람도 생각하는걸 공구리 중위께서 모르시겠나? 괜히 불길한 소리 하지 말고 기다리게.“



- 스크립트 오류, 원격 시스템 업로드 중 . . .


“뭐야, 어디서 업로드되는거야! 막을수가 없잖아!”


퍼억!


통제를 벗어난 공군출의 시스템을 종료하고 업로드를 중단하려던 순간! 깨어난 공군출의 일격에 미처 반응하지 못한 정비공의 몸이 분쇄된다.


“으…으아아악!”


“막아! 아니, 빨리 저거 코드 뽑아!”


“이 병신이! 저게 니네집 냉장고인줄 알아! 당장 지원 요청해!“




…….




“이건 그럭저럭 쓸만하겠군.”


공구리 중위의 머리가 뜯겨 나간다.


“으으…아”


철컥, 철컥.


“흘러빠진 이곳의 공군으로는…“


“끄아아…악”


”해병을 이기지 못한다.“


- 시스템 업로드 성공.


”내가 너희가 잊었던 것을 되찾아 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