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에서 개인이 고립되는 이유

`

많은 사람들, 특히 여성들은 자신이 얼마나 관계지향적인 존재인지 잘 인식하지 못한다. 마치 우리가 매일 소금을 섭취하면서도 “내가 지금 소금을 먹고 있다”고는 의식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


`


우리는 국, 반찬, 간장, 김치 등 거의 모든 음식을 통해 소금을 먹는다. 하지만 소금을 따로 퍼먹지 않는 이상, 그것이 ‘소금 섭취’라는 사실을 명확히 인식하지 않는다.


`


관계지향성도 이와 비슷하다. 우리는 이미 일상 깊숙이 관계에 의존해 살아가고 있기에, 자신이 얼마나 관계에 의존적인지 자각하지 못한다.


`


특히 요즘 젊은 여성들 중에는 스스로를 ‘내성적’이거나 ‘혼자 있는 걸 좋아한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사람들일수록 SNS 활동이 활발하고, 휴대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며, 단체 대화방에서 소외되는 것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


‘고독을 즐긴다’는 말조차, 사실은 그런 자신을 남에게 보여주고 싶은 욕망의 표현일 때가 많다. 인스타그램에 ‘혼카페’, ‘혼술’, ‘혼여행’ 사진을 올리는 것도, 그 고독을 소비해줄 누군가를 여전히 필요로 하기 때문이 아닐까? 진짜 고독이 목적이라면, 굳이 남에게 알릴 필요가 있을까?


`


어떤 사람은 자신이 독립적이라며 ‘혼자 영화 보는 걸 좋아한다’고 말하지만, 실상은 ‘혼자 영화 볼 줄 아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타인에게 보여주고 싶은 경우가 많다. 그들의 일상은 늘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고, 대화가 끊긴 날엔 괴로움을 참지 못한다. 결국 그들이 말하는 ‘혼자 있는 시간’이란, 완전히 혼자인 시간이 아니라 잠시 SNS와 메신저를 끊을 수 있는 능력에 불과하다. 즉, 소금을 먹고 있다는 걸 모를 뿐, 여전히 하루 세 끼 짭짤한 음식을 먹는 것과 같다.


`


그래서인지 많은 여성들은 30대에 접어들어 소개팅이 줄어들기 시작하면 심리적으로 크게 흔들리는 경우가 많다. 남성들은 이와 같은 충격이 훨씬 덜하다. 소개팅이라는 것이 애초에 남성들에게는 피곤한 상사 접대와 가깝기 때문에 많은 남성들은 그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


이건 단순한 개인차가 아니라, 사회 구조에 의해 학습된 성향으로 보인다. 한국 남성들은 청소년기부터 군대, 직장 등 ‘의무적 관계’에 지쳐, 자발적 관계를 만들 의욕조차 잃고, 결국 혼자 있는 법을 강제적으로 익히게 된다. 그 결과, 혼자 있는 상태가 더 이상 비정상이 아닌 일상이 되는 현상이 관찰된다.


`


반면 여성들은 오랜 시간 관계를 통해 자신을 인식하고 구성해 온 경우가 많아, 관계망이 끊기면 정체성 자체가 흔들리는 현상이 벌어진다.


`


사실 ‘소개팅’ 문화 자체가 한국에서 유독 발달한, 매우 여성성 중심의 구조다. 누군가가 보증해주는 방식의 만남, 즉 “이 사람이 괜찮은 사람이야”라고 중간에 보증인을 세우는 방식에는 여성적인 안정 지향성이 담겨 있다.


`


서양에서는 성인 남녀가 여러 경로를 통해 인연을 이어가는 경우가 많지만, 한국에서는 누군가의 소개 없이는 낯선 이성과의 접촉이 거의 불가능하다. 특히 여성의 경우, 직접적인 만남을 주도하거나 제안하는 것이 여전히 보이지 않는 금기처럼 여겨진다.


`


이렇다 보니 한국 남성들은 관계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는 데 익숙해지고, 점점 더 혼자인 삶을 디폴트로 받아들이게 된다. 20대 중반만 되어도 “아, 나는 그냥 이렇게 살겠구나” 하는 인식이 자리 잡기 시작한다. 사람을 만나지 않아도 삶은 흘러가고, 혼자 밥을 먹고 영화를 보며 명절도 지내는 것이 점점 자연스러워진다.


`


반면 많은 여성들은 이러한 고립에 대한 내성이 약하고, 단절을 ‘이상 신호’로 받아들인다. 그래서 소개팅이 줄고 연락이 끊기면, 삶의 붕괴나 자기 존재의 무가치함으로 느끼며 정신적으로 흔들린다.


`


서양처럼 사적인 접촉의 장벽이 낮은 사회에서는 남성도 나이가 들어도 새로운 관계를 맺는 것이 어렵지 않다. 슈퍼마켓이나 도서관 등에서 누구에게나 말을 걸 수 있고, 거절당해도 모욕이 되지 않는다.


`


그러나 한국은 다르다. 남자나 여자가 30대만 넘어도 ‘소개팅’ 외에는 이성을 만날 경로가 거의 없다. 새로운 사람을 알아가는 것이 사회적으로 통제된 사회다. 모든 것이 ‘누군가의 보증’을 통해서만 가능한 시스템. 이것이 한국만의 소개팅 문화의 본질이며, 개인의 고립이 구조적으로 심화되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