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이에게 행복은 항원이다. 행복은 소소한 혹은 특별한 경험으로 인하여 부지불식간에 범람해오는 '긍정적인' 감정임이 분명할텐데. 애석하게도, 우울과 불안으로 무장한 면역 체계는 그것을 무찌른다. 행복이 침투하지만 낯설게 느껴지도록, 일정한 거리감을 유지하도록 만든다. 행복한 순간이 어색하다. 한바탕 크게 웃다가도 찝찝하고 씁쓸한 쓴웃음으로 마무리한다. 세속적인 기준에 어긋나지 않은, 순탄한 삶의 소유자라면 행복한 순간이 이따금씩 있기 마련인데 말이다.
이는 필연 개인에게 달려있는 문제가 아니겠다. 어느시대에서나 대중적 개인은 행복의 정체와 근원에 대해 객관적으로 고찰할 만큼 그리 철학적이지도, 성찰적이지도 않았다. 그들은 단순히 자신만의 구체적인 행복에만 집중할 뿐이다. 내가 행복하려면 누구를 만나고, 어떤 직업을 갖고,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 등등이다. 물론 이를 비판할 수는 없고, 오히려 정신건강에는 훨씬 바람직하다. 하지만 추상적이고 일반적인 행복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 그래야 우리가 상식적으로 이해하지 못했던 현상(예컨대 자살과 운명)을 어렴풋이나마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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