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 겨울, 화려한 네온사인과 인파의 발소리가 뒤엉킨 서울 명동 한복판
자본주의의 욕망이 가장 노골적으로 흐르는 그 거리에 그가 있었다. 사람들은 그를 그저 흔한 거리의 부랑자 중 한 명으로 여겼지만,
그의 앞에는 동전을 구하는 적선함 대신 낡고 해진 두꺼운 책 몇 권이 쌓여 있었다
그는 인생 전체를 철학에 배팅한 사내였다. 누군가는 부를 축적하기 위해, 누군가는 명예를 얻기 위해 생을 소모할 때,
그는 오직 '존재의 본질'과 '의식의 기원'을 이해하기 위해 세상의 모든 껍데기를 기꺼이 벗어던졌다
한때는 그 역시 타인들처럼 평범한 궤도 위를 달렸을지 모른다. 그러나 인식의 한계를 넘어서려는 치열한 갈증은
그를 안락한 집에서 거리로 내몰았다. 물질과 사회적 속박에서 완전히 벗어나야만 순수한 사유에 도달할 수 있다는
그는 최소한의 생존만을 유예한 채 활자 속으로 깊이 침잠했다
명동의 거대한 소음 속에서도 그의 세계는 고요했다. 거리에 버려진 종이박스 위에 앉아 화려한 쇼윈도의 불빛을 조명 삼은 채,
그는 형이상학의 난제들과 인간 의식의 심연을 파고들었다. 바쁘게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의 경멸 어린 시선이나 한겨울의 칼바람도
그의 사유를 멈추게 하지 못했다. 그에게 명동의 거리는 세상의 환영을 관찰하는 실험실이자, 역설적이게도 가장 완벽한 철학적 성소였다.
그날, 해진 코트 깃을 세우고 책에 얼굴을 묻고 있던 그의 눈빛은 기묘할 정도로 맑고 형형했다
세상의 기준으로는 모든 것을 잃은 밑바닥의 삶이었지만, 진리를 좇는 그의 내면은 그 거리를 걷는 그 누구보다도 거대하고 풍요로웠다
그는 삶 전체를 불태워 하나의 거대한 철학적 논증을 완성해 가고 있었다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높은 곳의 진리를 묻던 그 사내는, 내가 목격한 가장 순수하고도 광기 어린 진짜 철학자였다.
멋있노
혹시 이름 알고 있음?
그 사람이 철학자 인거임 그 사람을 철학자로 만든 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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