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에 말라 비틀어져 있는 지렁이를 봤다.
그냥 지나가려다 다시 뒤돌아서 집어서 풀숲에 옮겨주었다.
그대로 두면 인간에게 밟혀 몸이 터지고 내장이 터질 테니까.
우리는 인간이다. 운 좋게 지성을 가지고 태어나 문명을 일구며 살아가는 인간.
이 우주의 긴 역사 속에서 나라는 사람의 생애는 짧고 보질것없다.
이 땅의 주인은 우리가 아니다.
인간이 등장하기 훨씬 전부터 동물, 식물, 미물들 모두 이 땅을 일궈내고 있었다.
인류가 멸종하고 난 이후에도 이 땅의 주인들은 다시 묵묵히 이 터전을 일궈낼 것이다.
인간은 잠시 와서 이 땅을 빌려 쓰고, 내가 말하고 있는 '이 땅의 주인' 을 먹고 소비하고 죽이며 살고 있다.
지렁이가 죽니 마니 하는 별 볼일 없는 상황에 의미부여를 하는 내가 있으면서도
모기는 바로 죽여버리는 나도 있다.
이 이중성이 너무나도 역겹다는 것이다.
내가 이 땅에 와서 할 수 있는 건 무엇인가 ?
이 땅의 주인을 위해 환경 운동을 해야 하나 ?
쓰레기 때문에 죽어가는 온갖 동물들, 화학 약품이 강에 흘러 들어가며 죽어가는 식물들이 있다.
그렇다고 내가 오늘부터 플라스틱을 하나도 쓰지 않고, 화학 약품을 강에 흘려보내는 공장의 물건들을 하나도 안 쓰고 살 수가 있나 ?
모두 아니다.
지렁이 한 마리를 어떻게 했다고 온갖 의미부여를 하면서 자위질하는 나만이 있을 뿐이다.
어떻게 살아가야하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주인이 뭔지부터 정의해야할 거 같네용
경험에 의해서 자신에 대한 통찰에서 인간에 대한 통찰로 넘어가는 철학은 아주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잘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