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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중생들은 업(業)을 지은 그대로 각각 그 과보를 받는 것이다.
예전에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어떤 한 가난한 사람이 이렇게 생각하였다.
‘천사(天祠)에 나아가서 현재에 요익(饒益)한 재보(財寶)를 구하리라.’
이렇게 생각하고는, 그 아우에게 말하였다.
“너는 농사일을 부지런히 하여 집안에 부족한 것이 없게끔 생활의 계획을 잘 세우거라.”
그리고 곧 그 아우를 데리고 밭으로 가서 “이곳엔 깨를 심어야 하고, 이곳엔 보리와 밀을 심어야 하며, 이곳엔 벼와 콩을 심어야 한다”고 하면서 그 낱낱의 심을 곳을 보여 준 뒤에,
자기는 천사에 나아가 천사의 제자가 되었다. 그는 곧 큰 재(齋)를 베풀어 향과 꽃으로 공양하고 향으로 된 진흙을 땅에 바르며 밤낮으로 예배를 올리면서 은혜를 구하고 복을 청하되, 바로 현재세에 재산이 늘어나기를 희망하였다.
그때 천신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저 가난한 사람을 관찰하건대 전생에 어떤 보시 공덕의 인연이 있을까? 조금이라도 그런 인연이 있다면 방편을 다하여 그를 요익하게 하겠지만, 저 사람을 관찰해 보니 보시의 인연이라곤 조금도 없구나.’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저 사람은 이미 인연이 없는데도 지금 나에게 부지런히 은혜를 구하고 복을 청하니, 헛되이 수고로움만을 더할 뿐 장차 아무런 이익도 없고 도리어 나를 원망하게 될 것이다.’
곧 그의 아우의 모습으로 변화하여 천사를 향해 오니, 때에 형이 말하였다.
“너는 밭에 무엇을 심었으며, 무엇하러 이곳에 왔느냐?”
변화한 아우가 대답하였다.
“저도 또한 여기에 와서 천신에게 은혜를 구하고 복을 청하되, 천신의 마음을 즐겁게 하여 의복과 음식을 얻으려는 것입니다. 제가 비록 씨앗을 뿌리지는 않았으나 천신의 힘으로 밭 가운데서 곡식이 저절로 풍족하게 될 것입니다.”
형이 아우를 꾸짖어 말하였다.
“어떻게 밭에 씨앗을 뿌리지 않고서 수확이 있기를 바라는 것이냐?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
그리고는 곧 게를 설하였다.
온 천하 큰 땅덩리 안에
그 어느 곳에서든지
어찌 씨앗을 심지 않고도
열매를 얻는 자가 있으랴.
그때 변화한 아우가 그 형에게 따져 말하였다.
“세간에서는 과연 씨앗을 심지 않는다면 열매를 얻을 수 없는 것입니까?”
형이 아우에게 대답하였다.
“실로 그러하다. 씨앗을 심지 않으면 열매도 없는 것이다.”
그때 저 천신이 다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 곧 게를 설하였다.
그대가 이제 스스로 말하기를
“심지 않고는 열매가 없다”고 하였듯이
전생에 보시한 인연이 없거늘
어떻게 지금 과보를 얻을 수 있을까?
그대가 이제 비록 애를 써서
곡기를 끊어 가면서 나를 공양하지만
헛되이 스스로 수고롭기만 하고
또한 나를 괴롭게 하는 것일 뿐
어떻게 지금 당장 그대를
요익하게 할 수 있겠는가?
만약에 재보를 얻으려 하거나
처자와 권속을 거느리고자 한다면
마땅히 몸과 입을 깨끗하게 하고서
보시의 업을 닦아야 할지니
심지 않고도 복과 이익을 얻는다면
해와 달과 별들의 광명이
이 세계를 비추지 않아야 마땅할 것이지만
저들의 광명이 세간을 비추고 있으므로
모두가 업연(業緣)인 것임을 알아야만 하네.
천상의 여러 천신들 중에도
또한 각각 차별이 있어서
복도 많고 위덕도 성하거나
복도 적고 위덕도 적은 이들이 있으니
그러므로 세간의 모든 것이
일체가 업연으로 된 것임을 알아야 하네.
보시로 재부(財富)를 얻고
계를 지켜 천상에 태어나는 만큼
만약 보시의 인연이 없다면
위덕이 죄다 덜어져 줄어들기 마련이며
선정과 지혜로 해탈을 얻으니
이 세 가지로 과보를 얻는 것은
10력(力)께서 말씀하신 그대로
이 종자가 모두 인(因)이기 때문이라.
이제 너도 나를 괴롭힐 것 없이
모든 선업을 부지런히 닦아서
그것으로 좋은 과보를 구해야 하네.
대장엄론경 제10권
마명보살 지음
후진삼장 구마라집 한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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