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카야마현의 끝자락, 구시모토읍의 밤은 유독 깊었다.

윤 군이 배낭을 고쳐 매며 도착한 곳은 마을에서도 가장 외딴곳에 위치한 낡은 민박집이었다.

GPS 신호는 이미 끊긴 지 오래였지만, 그는 마지막으로 예약해둔 이곳이 안식처가 되리라 믿었다.


"어서 오게. 한국에서 온 손님인가?"


문을 열어준 이는 인자한 미소를 지은 노부부였다.

툇마루 너머로는 듬직한 체구의 아들이 묵묵히 칼을 갈고 있었고

주방에선 알 수 없는 고기 삶는 냄새가 진동했다.


노파는 윤 군의 손을 잡으며 섬뜩할 정도로 차가운 목소리로 속삭였다.

"멀리서 오느라 고생했어. 오늘 밤엔 아주 귀한 고기 파티가 있거든."

윤 군이 방에 짐을 풀고 잠시 눈을 붙이려던 찰나, 창밖에서 기이한 소리가 들려왔다.


마을 주민들이 하나둘씩 민박집 앞마당으로 모여들고 있었다.

그들의 손에는 횃불 대신 식칼과 커다란 도마가 들려 있었다.

낮 동안 마주쳤던 친절한 어부도, 길을 알려주던 가게 주인도 없었다.

그들의 눈에는 오직 굶주린 짐승의 광기만이 서려 있었다.


이 섬은 외부인에겐 '천국'이었지만, 주민들에겐 거대한 '식당'이었다.

법도, 경찰도 닿지 않는 이 고립된 공동체는 수십 년간 길 잃은 여행자들을 제물 삼아 그들만의 기괴한 전통을 이어온 카르텔이었다.


"이번엔 꽤 젊고 건강하군."

아들의 칼날이 달빛을 받아 번뜩였다.

윤 군이 뒤늦게 문을 걸어 잠그려 했지만, 이미 노부부는 복도 끝에서 기괴한 웃음소리를 내며 다가오고 있었다.

다음 날 아침, 마을은 언제 그랬냐는 듯 평화로웠다.


윤 군의 GPS가 마지막으로 찍혔던 그 민박집 앞동산에는 이름 모를 꽃들만이 유독 붉게 피어올랐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