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수.


시설기준 방년 40세의 나이로 전기기사 필기를 합격, 집안의 자랑이 될 뻔하였으나, 모종의 정치세력과 숱한 방해공작, 모진 현실의 벽이 막아 장장 2년간의 기회를 모조리 낙방하다 회사를 그만두고 다시 2년을 그대로 박아, 필기 60점 실기 60점, 합격률 60% 박수갈채를 받아 마땅한 낭만 만점으로 붙은 희대의 인재이다.


그는 시설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다.


지금껏 사무직을 전전해왔고 생신입에 불과한 그는 무시무시한 무수리 무수기들이 무수한 시설늪에서 살아남기란 불가능에 가깝다고 스스로 판단하고 한탄했다.


손에 든 칠흑의 자격수첩. 

하지만 이 마패를 들고 있는 한, 그들은 한낱 태양앞의 뱀파이어일뿐.


펼쳐본다. 'Engineer Electricity'

일렉트리 시티는 어떤 곳일까. 그곳에서 기술자로 인정을 받은 것일까. 뜻은 모르지만 뿌듯했다.


이윽고 문수는 이력서를 찌라시처럼 100장 뿌려 99명의 인사담당자를 괴롭히고나서 면접을 본 후, 젊은 나이 45세로 시설에 입문하게 되었다.


사자는 발톱을 감춘다는 말처럼, 이 영롱한 마패를 이력서에서 빼버리고서도 한 회사에서 15년을 꾸준히 버텼다는 말에 혹한 기업의 운명은 어찌될 것인가.


문수는 합격문자를 본 후,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한 것을 당연히 받았다고 생각한다. 그는 바로 인터넷을 검색해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했다. 왜냐면 본인은 전기를 살리는 의사니까.


밤이 찾아와 이불을 덮었다. 내일 오전 출근이다. 눈을 감고서 생각한다. 누굴 만나게 될까. 어떤 문제를 해결하게 될까. 내일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지만 그래도 문수는 다짐한다.

무수기를 몸종처럼 다루겠노라고.


2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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