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news.v.daum.net/v/20140403175512318


'폴 존슨 근대의 탄생' 번역판 출간

20140403175512858.jpg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 지금까지도 정치, 경제, 사회 등 여러 영역에 남아 있는 '근대'는 보통 18세기 시작된 것으로 본다. 산업혁명으로 자본주의 체제가 확립되고, 프랑스 혁명으로 근대적 개인이 등장한 시기가 18세기라는 점에서다.

영국의 언론인이자 역사학자인 폴 존슨이 제시하는 근대의 출발점은 그런 통설과는 상당히 다르다. 그가 생각하는 근대는 나폴레옹의 프랑스군이 영국-프로이센 연합군에게 패배하고서 퇴위한 1815년부터 1830년까지 불과 15년 사이에 탄생했다.

존슨은 자신의 저서 '근대의 탄생'(원제: The Birth of the Modern)에서 근대의 시작을 19세기로 보는 이유를 '안정 희구'라는 단어로 요약해 설명한다.

그에 따르면 유럽은 20년 가까이 나폴레옹 전쟁을 겪으면서 개혁보다 '폭력 없는 세상'을 원했다. 그 때문에 1815년 왕정복고라는 '억압의 회귀'도 기꺼이 수용됐다. 1815년 이후의 시대정신은 개혁이 아니라 안정이었다.

근대는 이런 바탕 위에서 출발했다는 것이 존슨의 해석이다. 근대의 실질적 탄생을 늦추던 기나긴 전쟁이 끝나자 영국과 유럽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변화가 급격하게 일어난 것이 그 증거라고 그는 주장한다.

30년간 찾아온 대표적 변화 중 하나는 통신과 교통의 눈에 띄는 발달이다. 우편제도 정비와 도로 개량, 증기선 발달에 따른 항해시간 단축 등이 이뤄진 것도 이 시기였다. 당연한 얘기지만 이는 근대의 본격적인 출현에 크게 기여했다.

근대적 금융시스템이 등장한 것도 이때다. 나폴레옹 전쟁이 끝난 1815년부터 로스차일드 형제들이 영국을 시작으로 유럽 각국에 금융 네트워크 구축에 나섰다. 미국은 그 시스템을 빌려와 강대국으로 도약하는 발판으로 삼았다.

물론 밝은 모습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통신과 교통의 발달로 유럽인들이 신대륙으로 대거 몰려들면서 원주민들은 삶의 터전을 잃었다. 그들과 함께 유럽의 온갖 질병도 신대륙으로 몰려갔다. 방적기 개발로 면직물 생산성이 높아지자 원료를 대려고 목화산업이 발달하면서 노예제도가 정착됐다.

물론 번역판으로 2권, 1천70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 속에 이런 '큰 사실'만 나열하지는 않았다. 저자는 당시 사람들의 편지, 일기, 개인 문서, 신문 등 방대한 사료를 토대로 큰 역사적 사실 뒤에 숨은 생생한 일화들까지 두루 소개한다.

1991년 출간된 책으로 최근 한국어판이 나왔다. 출판기획자로 활동하는 명병훈씨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