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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는 일상 속 노동의 모습을 바꿔 놓았다. 어떤 이는 감염 위험에 대한 노출을 최소화하며 재택 온라인 근무로 언제든 전환 가능한 일을 한다. 중세 유럽에서 상인이 수공업자에게 원재료를 제공하면서 수공업자의 집에서 작업을 하도록 한 선대제도의 현대식 형태에 가까운 이런 노동은 상대적으로 가장 보호받는 축에 든다. 코로나 때문에 일자리 상실이나 소득의 감소를 겪는 일도 잘 없다. 반면에 또 다른 어떤 이는 재난 시기에 필수적인 일을 한다. 식료품이나 약품의 생산과 판매, 보건의료서비스, 물류운송, 돌봄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당장 일손이 부족하다. 소득 감소를 겪지는 않는다. 하지만 감염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지금 이들은 노동 조건의 악화도 경험하고 있다.

코로나 위기로 여실히 드러난
우리 경제의 쪼개진 단층들

한편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면서 필수적이지도 않은 일을 하는 노동도 있다. 감염 위험과 일자리 상실 위험, 소득 감소 위험이 모두 가장 큰 노동자들과 소상공인들이 여기에 속한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와 영업시간 제한 등이 반복적으로 조정됨에 따라 이들의 형편도 부침을 겪는다. 이들에게 정부 지원은 손실을 메꾸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결국 빚에 의존해야 할 수 있다. 코로나는 이렇게 우리 경제의 쪼개진 단층을 드러낸다. 어떤 노동을 하는지, 어떤 그룹에 속하는지에 따라 위험의 크기가 얼마나 다른지 여실히 보여준다. 특히 가장 취약한 마지막 그룹은 위험이 집중적으로 누적되면서 일자리와 소득이 눈앞에서 붕괴되는 상황을 마주하고 있다.

31025501_5.jpg26일 서울 중구 명동역 지하상가에 '점포정리' 안내문이 걸려 있다. 자영업자들은 연일 이어지는 코로나19 확진 소식에 손님의 발길이 급감한데다, 밤 9시 영업시간 제한이 다시 생기면서 연말 대목은 커녕 매출 부진을 호소하고 있다. 한국신용데이터의 데이터포털에 따르면 전국 소상공인의 주간 매출은 12월 둘째 주(-4.7%), 셋째 주(-4.3%) 2주 연속 감소했다. 2021.12.26ⓒ뉴스1

국가의 역할에 대한 반복된 질문과
변하지 않는 기재부의 태도

지난 2년 가까운 시간 동안 우리는 과연 코로나 위기 속에서 민중의 경제적 존엄을 지키기 위해 국가는 어떤 역할을 해야 옳겠는가 하고 반복적으로 물어왔다. 답변도 계속되었다. 코로나가 이 땅에 처음 발을 들여놓은 이래 방역과 의료, 경제, 재정, 복지 분야의 여러 전문가들이 충분히 의견을 개진해왔다. 이와 관련해 우리 정부가 코로나 대응을 위한 재정 지원에 있어 그간에 다른 나라들보다 상대적으로 소극적이었다는 사실 역시 숱하게 지적되어 이젠 모르는 사람이 별로 없을 정도다. 최근에는 자영업자 손실보상을 놓고 다시 논란이 번지기도 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 기획재정부가 전향적인 변화의 모습 대신에 “이 나라가 기재부의 나라냐”는 핀잔마저 자초하는 행보를 이어가는 이유는 뭘까? 심지어는 집권여당 일각에서조차 비슷한 요청을 반복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는 건 왜일까? 필자는 그 이유가 재정건전성 내지는 그것의 이름과 겉모양만 바꾼 ‘재정의 지속가능성’ 담론에 대한 기획재정부의 잘못된 ‘신념’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데에 혐의를 둔다. 누구 말마따나 그들은 ‘확신범’이라는 것이다. 실로 현행 거시경제정책, 그 중에서도 특히 재정정책의 패러다임에는,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완화하거나 극복하려는 노력을 막아서는 질곡(속박된 상태)과도 같은 요인들이 다분히 내재해 있다. 주류 신고전학파 경제학의 시장원리주의 세례를 받은 신자유주의적 긴축의 논리가 바로 그것이다.

19세기 자유방임주의로부터
종전 후 황금기 케인스주의로의 패러다임 전환

재정정책의 패러다임은 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