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의사 폭행, 이대로 두면 필수의료는 무너집니다>
며칠 전 제가 방문했던 아주대학교 권역외상센터에서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습니다.
아내에게 칼을 휘둘러 상해를 입힌 가해자가 응급실까지 찾아와 담당 의사를 폭행한 것입니다.
폭행을 당한 의사는 "눈물이 나고 미칠 것 같았지만, 밀려드는 환자들을 위해 진료를 멈출 수 없었다"라며 자리를 지켰다고 합니다.
드라마 ‘중증외상 센터’가 화제가 되었지만, 현실 속 주인공들은 이렇게 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된 채 보호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더욱 충격적인 것은, 엄벌에 처해질 줄 알았던 가해자가 단순 폭행죄로 벌금 100만 원에 약식 기소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정부가 지정한 응급의료기관에서 발생한 폭행 사건임에도, ‘응급의료법’ 위반은 적용되지 않았습니다.
응급실에서 의사를 폭행한 것이나 길거리에서 사람을 폭행한 것이나 법적으로 다르지 않았던 것입니다.
현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12조는 ‘응급의료종사자 등의 응급환자에 대한 구조, 이송, 응급처치 또는 진료를 폭행, 협박 등의 방법으로 방해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의료진이 상해나 중상해 이상의 피해를 입지 않으면 응급의료법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사실상 처벌 조항이 있으나 마나 한 것입니다.
응급실에서의 의사 폭행은 단순한 개인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아닙니다.
특히 중증외상센터는 단 한 명의 의사가 환자의 생사를 결정하는 최전선입니다.
그런 응급실에서 의사가 쓰러지면 위급한 다른 환자의 생명을 구할 수 없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느슨한 제도로 인해 의료현장의 폭력은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현행 응급의료법을 개정하여 의료진을 폭행하기만 해도 엄히 처벌하도록 하고, 정도가 심한 경우 구속수사를 의무화하는 등 강력히 대처해야 합니다.
응급의료기관의 특성을 감안한다면 의료진 폭행을 공무 중인 경찰관 폭행과 동일한 수준으로 처벌을 상향하는 것이 타당합니다.
지금 응급의료 등 필수 의료 분야의 의사 부족이 더욱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정부는 작년, 필수의료를 살린다며 의대 정원 확대를 밀어붙였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의사 수가 늘어도, 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된 응급실에서 누가 일하려 하겠습니까?
필수 의료를 살리려면 무엇보다 의료진이 마음 놓고 환자를 진료할 수 있는 환경이 우선입니다.
무분별한 의료사고 소송으로부터 의료인을 보호하고, 응급실 등에서의 의료진 폭행을 막고, 강력히 처벌해야 합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의대 정원을 늘린다 하더라도 필수 의료 대신 피부과·성형외과 병원 숫자만 늘어날 것입니다.
이번 중증외상 센터 폭행 사건은 정부의 의료개혁 실패의 수많은 원인중 하나를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숫자만으로 모든 문제를 감추는‘가짜 의료개혁’을 멈추고, 의료진이 안심하고 환자를 돌볼 수 있는 ‘진짜 의료개혁’을 시작해야 합니다.
저도 당장 응급의료법 개정 등 관련 제도 개선에 착수하겠습니다.
의료진을 지키는 것은 곧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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