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지 않으면 뛰지 않아도 돼.”


정상일(52) 감독은 지난 4월 신한은행 지휘봉을 잡은 뒤 선수들과 개별 면담을 진행했다. 선수 개개인이 가진 고충과 그간 느껴왔던 팀의 문제를 듣기 위한 자리였다. 어느 감독이나 새로 부임한 뒤엔 선수들과 만나 거리를 좁히려고 하지만 정 감독은 실제 대화에서 확실한 정보를 얻었다. 모든 선수가 각각의 대화에서 내놓은 답변 중 공통적이었던 것은 ‘아픈 것을 참고 뛰었다’였다.


몇 달 뒤 팀의 첫 공식 훈련을 할 때 온전히 훈련을 소화한 인원은 고작 6명이었다. 선수단의 절반 이상이 부상을 말끔히 털어내지 못했다. 지난 2018~2019시즌 팀이 꼴찌로 추락하는 과정에서 어떻게든 팀에 도움이 되고자 뛰었던 것이 결국 탈이 났다. 정 감독과 함께 팀에 새로 합류한 남궁설희 트레이너 역시 “선수들이 어떻게 이렇게까지 다칠 수 있었는지 모르겠다”고 당황했을 정도다.


정 감독은 성적에 대한 기대감을 스스로 내려놓았다. 감독을 평가하는 지표는 곧 성적이지만 더 이상 선수들에게 출전을 강요할 수 없다는 생각이었다. 올 시즌에도 성적만을 위해 팀을 운영한다면 선수들의 미래를 망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개막 미디어데이에서 “한 놈만 패겠다”며 강한 모습을 보였지만 그 이면엔 제자들의 건강이 최우선이었다. 운 좋게 호성적이 난다면 선수들 덕이고 책임은 오롯이 감독의 몫으로 지정했다.


정 감독은 훈련이나 실전에서 선수들에게 항상 같은 말을 건넨다. 꼭 이겨야만 하는 경기에서 승리를 따낼 수 있는 순간에도 “몸이 좋지 않으면 뛰지 않아도 된다. 너희 몸이 우선이다”고 강조하며 선수를 벤치에 앉힌다. 지난 27일 KB전에서도 다잡은 기회를 그렇게 놓쳤다. 그렇다고 누가 정 감독과 신한은행 선수단에 돌을 던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