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먹튀는 폼이 떨어지는 경우와 부상으로 경기에 못나오는 유형으로 나올 수 있다.
어떤 경우든 FA에서 선수에게 대박을 안긴다는 것은 과거 경기력에 대한 평가 + 미래에 대한 기대 + 시장상황에 기반해 구단이 도박을 하는 것이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FA의 실패는 합리적인 기대를 추정하는 것, 그러니 배팅에 실패하는 것이고 기본적으로는 구단의 실패다. 그 책임을 선수에게 온전히 돌리는 것은 넌센스다. 미래를 온전히 예측할 수 없다는 점에서 베팅은 항상 성공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확률을 높이려고 노력하는 것은 맞지만, 우리 팀에 먹튀가 발생하지 않기를 기대한다는 것은 불가능을 기대하는 것이다.
오히려 기대값이 높은 트레이드나 FA영입을 활발하게 하는 편이 팀의 경기력에 도움이 된다. 물론 활발한 선수영입은 먹튀의 위험성을 높인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먹튀영입을 피하기 위해서 아예 FA영입을 하지 않는 것은 더 최악이다. 팬들이 만약 팀의 경기력 향상을 원한다면 가장 비판해야 하는 것은 합리적인 근거 없는 영입과 타 팀에 비해 '통계적으로 유의한 낮은 승률'이지, 결과적으로 먹튀로 판명난 선수에 대해 비난하는 것이 아니다. 그건 경기력 향상을 꾀하는 구단에서 상수로 일어나는 일이다. 도박사의 팬들은 도박사의 기량을 평가해야지 꽝이 된 구슬을 비난할 필요는 없다.
어떤 선수든 먹튀 칭호를 얻고 싶어하지 않는다. 동기부여의 강도가 달라질 수는 있어도 거의 모든 경우 최선을 다해 경기력을 높이려고 노력하며, 구단도 많은 돈을 투자했기 때문에 조직적 실패의 부담을 지고 싶어하지 않고 따라서 최선을 다해 선수의 경기력을 끌어올리고 동기부여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먹튀는 발생한다.
물론 경기력 하락에 대한 비난은 프로선수들에게 따라다니는 일이니 어쩔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부상에 대해서만큼은 먹튀 비난은 지나치게 가혹하다. 원해서 부상을 입는 선수는 아무도 없다. 언제나 부상은 불의의 상황에서 벌어진다. 역시 이것도 통제할 수 없는 미래의 변수다. 만약 부상선수가 평소에 몸관리를 잘 못하는 편이라면 그 선수의 프로의식을 비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부상을 당했다는 사실이 그 선수가 몸관리를 잘 못한다는 추론으로 이어질 수는 없다.
'유리몸' 문제는, 선수의 선천적 문제이거나, 구단이 관리를 잘못했거나, 운과 관련되었을 가능성이 더 크다. 이 경우는 이미 베팅액수에 위험요소가 반영이 되어 있어야 한다. 선수 자신의 관리 문제는 그것이 입증되었을 때 비난할 수 있다. 프로선수들은 대부분의 훈련을 구단의 지도와 관리하에 행하며, 한국 구단들은 더욱 그렇다. 설령 선수의 나태함이나 부주의가 개입되어 있더라도 그것에 대한 책임을 전부 선수에게 돌리는 것은 곤란하다. 기본적으로 스포츠는 부상의 위험을 전제하고 겨루는 것이다. 산재보험 보상에서 노동자의 과실을 문제삼지 않듯이, 부상은 일어날 수 있는 기본적으로 불운한 일로 취급하는 것이 맞다.
그러니 선수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변수를 가려내서 비판하자는 것이다.
물론, 스포츠가 정의를 위한 법정은 아니니, 화풀이로 우리 팀에 막대한 손해를 입힌 '꽝이 된 구슬'을 비난하고 싶은 마음은 이해한다. 뭐 세상은 그런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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