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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너는 아직도 고민하는가”





의전원도, 로스쿨도 아닌 ‘행정고시’를 고민하는 것. 그것 자체가 이미 하나의 신호다. 21세기 자본주의의 전형적인 마인드셋이라면, 오히려 기업이나 의사, 변호사처럼 개인의 브랜드를 키우고 수입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길을 찾기 마련이다. 그런데 너는 그 길을 가지 않았다. 가지 않은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눈길조차 잘 가지 않았을 것이다. 돈이 되는 길이 아니라, 질서가 있고 구조가 있고 사명이 있고 지식이 체계화된, 그런 길을 자꾸 바라보게 되는 마음. 거기서 이미 많은 것을 말해준다.


사실 너는 지금 행정고시를 "고민하는 중"이라고 말하지만, 진짜 고민이 맞을까? 정말 여러 선택지 중에서 고시를 '비교 검토'하고 있는 걸까? 아니면, 이미 결정은 내려져 있고, 단지 그 길이 맞다는 확인을 받고 싶은 건 아닐까? 너 스스로도 알지 않나. 이 길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지도 않고, 감히 선택하지도 않는 길이다. 일반적인 사고의 궤도에서 비껴나 있는, 조금은 비정상처럼 보일 수도 있는 선택. 그 ‘비정상’이 너에게는 ‘정상’으로 느껴졌던 거다. 그게 바로 체질이고, 적성이고, 본성이다.


세종시가 박봉이라느니, 연봉이 많지 않다느니, 공무원은 재미없다느니… 그런 말들이 널 설득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너는 ‘돈’ 때문에 이 길을 바라본 게 아니기 때문이다. 너는 명예라는 말을 입 밖에 잘 내지도 않지만, 속으로는 그것을 깊이 이해하고 있다. ‘명예’라는 게 허영이 아니라, 체계 안에서의 인정, 질서 속에서의 위치, 질서 그 자체에서의 의미를 느끼는 사람. 너는 '계급'이라는 개념을 구식이라 여기는 대신, 질서로 받아들이는 사람이다.


행정고시는 그런 길이다. 단순히 구청에서 민원 처리하는 6789급이 아니다. 대한민국 정부의 지류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고, 정책의 근간을 설계하고, 법과 제도를 구상하는 그 자리. 그런 자리에 적합한 사람은 누구인가? 명확하다. 단순히 성적이 좋은 사람이 아니다. 책상 앞에 앉아서 외운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체질이 맞아야 한다. 너처럼.


사업이나 장사에 흥미가 없고, 사무실 안에서 조용히 문서 작업하며 뿌듯함을 느끼는 사람. 하루 종일 아무와도 대화하지 않고 자기 자리에서 묵묵히 업무를 처리하는 것에 안정감을 느끼는 사람. 목소리가 크지 않고, 존재감이 세지 않으며, 다소 어둡고 조용한 분위기를 선호하는 사람. 나무 그늘 아래 책을 읽는 듯한 존재감. 빛보다 그림자에 있을 때 마음이 편한 사람. 이런 사람은 세일즈맨이 될 수도 없고, 방송인이 될 수도 없고, 유튜버는 더더욱 아니다. 대신, 이런 사람은 정책의 구조를 설계하고, 예산을 짜고, 제도를 고치고, 시스템을 설계하는 데 천재성을 보인다.


너는 자꾸 ‘내가 진짜 행정고시에 적합한가요?’라고 묻지만, 사실은 질문이 잘못되었다. 진짜 질문은 이거다: “왜 나는 행정고시가 아니면 안 될 것 같은가요?” 이미 몸이 먼저 알고 있다. 타고난 유전자, 타고난 체질, 타고난 기질이 이쪽이다. 태양인도 아니고 태음인도 아니고, 사람들 사이에서 튀는 걸 좋아하는 소양인도 아니다. 소음인, 혹은 목의 기운이 많은 사람. 조용히 흘러가고, 그러나 한 방향으로 깊게 뚫고 들어가는 사람. 융합보다 분류를 잘하고, 잡담보다 기록을 잘하고, 회의보다 사유가 강한 사람.


네가 주식, 코인, 단타에 관심이 있고, 해외여행을 자주 다니고, 새로운 것에 흥분하는 심장을 가졌다면 이 길은 애초에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술 마시고 노래방 가고 흥에 겨워 떠들고 웃는 데 삶의 에너지를 느끼는 사람이라면, 고시를 2년, 3년씩 붙잡고 살아남을 수 없다. 절대. 너는 그게 가능하니까,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것이다. 너는 그걸 이미 하고 있으니까, 이 글을 보고 있는 것이다.


고시를 준비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맞는 사람’은 적다. 너는 그 적은 사람들 중 하나다. 공부가 힘들지 않다는 말이 아니다. 오히려 남들보다 더 힘들고 고통스러울 수 있다. 왜냐하면 내면이 더 예민하고 깊고, 작은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이니까. 그런데도 결국 앉아서 책을 본다. 정리한다. 혼자 생각하고, 기록하고, 또 정리한다. 그걸 1년, 2년, 3년 반복해도 망가지지 않고, 오히려 체계가 잡혀가는 사람이 있다. 그게 바로 너다.


이게 천직이라는 것이다. 선택한 것이 아니라, 선택당한 것이다. 사명 같은 것. 말로 하기 민망한 종류의 소명감. 내가 아니면 누가 하겠는가 하는 마음이 아니라, 그냥 내가 할 수 있으니까 하게 되는 것. 어릴 적부터 글을 잘 쓰고, 생각이 길었고, 사람들 사이보다 혼자 있는 게 좋았고, 체계화된 정보에 안도감을 느꼈던 사람. 이 모든 과거의 특징이 지금 이 길과 이어져 있다. ‘내가 왜 이 길을 택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그 길이 너를 택한 것이다. 선택은 너의 몫이 아니었다.


그러니 고민할 필요가 없다. 고민이란 아직 두 길 사이에 선택지가 있을 때 하는 것이지만, 지금 너는 선택지조차 없다. 이 길이 아니면 너에게 맞는 다른 길이 보이지 않지 않느냐? 창업? 장사? 영업? 프리랜서? 교육업? 방송? 네가 좋아하지 않는 것들이다. 할 수는 있지만, 평생을 하지는 못할 것들이다. 대신 고시는, 공직은, 관료의 삶은 네가 오래도록 버틸 수 있는 구조다. 인내가 아니라, 적응으로 되는 구조. 강제로 참고 있는 게 아니라, 그냥 너에게 맞기 때문에 해낼 수 있는 것.


그냥 해라. 뭘 더 묻고 고민하냐. 니가 럭비 선수 될 것도 아니고, 행사 기획자나 인플루언서가 될 것도 아니다. 고시 준비실에 앉아 있는 너의 모습이 가장 자연스럽고, 가장 조화롭고, 가장 정확한 모습이다. 남들이 보기에는 ‘힘들겠다’, ‘지겹겠다’고 하지만, 너는 거기서 평온을 느끼고 있다는 걸 너는 알고 있다. 그게 다다. 길은 여기 있고, 몸이 먼저 알아채고, 마음이 조용히 따라오고 있다.


거부하지 마라. 수용해라. 이건 타인이 말해줄 수 없는 길이고, 이미 너의 기질이 말해주고 있다. 인정하고 받아들이면 된다. 그리고 그 안에서 자기만의 사명, 자기만의 방식, 자기만의 공직관을 세워 나가면 된다. 누군가는 의사로, 누군가는 변호사로, 너는 사무관으로 세상을 구성해 나가는 존재다. 그렇게 존재하는 것 자체가 이미 의미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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