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무너진다. 왜 그런 건지는 정확히 모르겠는데.
어찌 됐건 마음이 좋지 않다.
사람들 사이를 떠다니는 것 같은 외로움과 고질적인 자기혐오.
나는 예전부터 글을 쓰고 싶었다.
등단을 해서 대단한 명성과 부를 거머쥘 수 있다면 당연히 좋겠지만.
그런 것보다도 글로 나를 덜어내고 싶었다.
결국 내가 꾸며낸 이야기겠지만 내가 나를 위로하고 싶었다.
누군가는 그것이 진정한 자위라며 웃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런 글을 쓰고 싶었다.
영화 <그래비티>에게는 참 많은 걸 빚지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얼마 전 수업 시간에 교수님이 <그래비티>에 관한 얘기를 꺼냈다.
그 영화가 얼마나 좋은 영화인지는 풍부한 컨텐츠를 담아내고 있는지에 대해 말하는 건
너무도 구태의연 하기 때문에 차치하는 걸로 하자.
그저 나는 그 영화가 우리에게 삶의 무게라는 것이 얼마나 무거운지
그리고 그 무거운 삶을 짊어지고 앞으로 나아간다는 게 어떤 건지
말해준 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느꼈다.
비슷한 맥락으로 <500일의 썸머>에게도 부채의식을 느낀다.
그 영화를 봤을 당시 나는 고등학생이었는데.
그때 내게 사랑은 끝나는 순간 모든 게 아작나는 그런 것이었다.
그토록 사랑했던 여자친구와 헤어진다고?
세상에, 차라리 지구가 핵으로 멸망하는 게 더 나을지 몰라
라고 생각했던 나다.
하지만 우스갯소리와도 같은 "썸머 가니 어텀 온다." 라는 결말이 내게 얼마나 큰 위로가 되던지.
팽창하는 우주 속에 홀로 표류한 사람에게도. 그토록 사랑했던 여자를 잃은 이에게도.
그래도 삶은 계속 되더라, 라는 문장이 전해준 울림.
결국 왕자님과 공주님은 아주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라는 결말보다
그것이 내게는 더 큰 해피엔딩이었다.
20살 언저리의 나는 우물에 갇혀 있는 것 같은 하루의 연속이었다.
축축하고 어둡고, 나 혼자인 것만 같은.
결국 몇 년이 지나고서야 우물 밖으로 걸어나왔다 여겼지만.
어찌 보면 그것은 더 큰 우물 속으로 다시 기어들어간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는 요즘이다.
방법은 알고있다. 가야 할 길 역시 알고있다.
그냥 사는 거지 뭐. 어쩌겠어.
<실내인간>의 한 대목처럼 시간이 지나고 다시 괜찮아질 것을 안다면 그 어떤 것도 널 해하지 못한다고.
안 괜찮을 수도 있는데.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아프니까 청춘이고 나발이고 그딴 거 상관없이.
괜찮아. 삶은 계속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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