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병이 들었다.

인지한 시점은 이미 한참 전이라 이제는 만성화가 된 것 같다.

무기력증이라는 건 참 무섭다.

어느 순간, 불같이 변화를 꽤하기 위해 몸부림 쳐보지만 귀찮음 하나로 나를 깊이 모를 무저갱 속으로 쳐넣는다.

연료가 바닥난 로켓.
망망대해의 난파선.

추진력도 방향도 잃었지만 한톨 미련이 남았는지 열심히 허우적 댄다.
하지만 저항은 잠시.
이내 포기하고 바람따라 물결따라 추락하고 침전한다.

그 결말의 끝은 모두가 알지만 나는 개선의 의지가 없다.

무기력하다.

순간의 쾌락들은 말 그대로 잠깐이다.
이 후의 공허함은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나를 좀먹어 간다.

그럼 구차하게 이어가는 내 삶의 원동력은 뭘까?

답은 가족이다. 내 목숨줄을 잡아주고 있는.
지금까지는 그래, 가족이었다.

나의 생산성을 토대로 서로를 향한 칼날이 무뎌지고 그 찰나의 작은 기쁨들은 쾌락과는 달리 잔잔한 여운으로 남아 나를 붙잡아 둔다.

그러나 이제는 깨닫고야 말았다.
그들의 관심 걱정 사랑은 지나쳤다.
그것은 억압 집착 구속이었다.

나는 과연 무엇이었던 걸까?

서로의 감정을 날 것 그대로.

우악스럽게 욱여넣은 광고지에 아가리를 쩍 벌린 우편함.

접착력 다되어 너덜거리는 코팅지를 붙잡고 있는 오래된 수납장의 저 녹슨 압정.

나는 비정상이다.

벗어나야 함을 알지만 벗어나지 않는다.
이해하길 바라지만 이해하길 바라지 않는다.

가족을 위해 방안에 나를 구속하고 억압한다.
가족은 나를 이해해서는 안된다.

비겁하게 당신들 탓이었노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

잡고 있는 것이 목숨줄인지 목줄인지도 이젠 중요하지 않다.

갑작스런 충격으로 인한 반응은 금방 잦아든다.

아무일 없던 것처럼. 무기력하게.

그냥 대충 살다 가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