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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순이는 모르겠지만 후순이 주변사람들은 아는 게 하나 있어. 후순이는 절대로 거짓말이나 뭘 숨기는데 재능이 없는 아이였어. 얼굴 표정에 고스란히 드러났거든. 대학가면 좀 숨길 줄 알았는데 여전했어. 후순이가 유산했다지만 후순이의 얼굴에는 다른 근심이 보였거든. 장소는 후순이랑 헤어지자 당장 익숙한 전화번호를 눌렀어. 여러번의 통화음이 지나자 능글한 목소리가 들렸어.


[장소~.]
-린신. 너 지금 당장 후순이랑 후순이 남편 좀 조사해봐.
[오랜만에 사랑하는 우리 장소가 먼저 전화를 거나 했더니 또 뭔가 시키는 거구만.]
-조사해.
[맨입으로?]
-이번에 외장하드 샀더라?
[장, 장소!]
-그리고 너, 우리집에 중학교때 조작한 성적표 원본있더라. 그거 아저씨가 알면 어떻게 될까?
[알았어! 알았다고! 그거 절대 아버지한테 보여주지마! 내 외장하드도 건들지 말고!]
-그럼 얼른 조사해.
[장소, 그래도 우리사이가 어떤사인데 맨입으로 그래. 오빠라고 한 번만…]
-비류시켜서 집 털어오라고한다.
[이 매정한 여자야! 내가 너 예쁜 거 아니였으면 안봐줬어! 알아?!]
-아니까 이러지.
[흑흑. 내 팔자야. 세상에서 제일가는 미인을 만났더니 팔자가 이리 꼬일 줄 알았누.]
-얼른 조사해.
[알았어. 알았다고. 조사하러 가야하니까 끊어.]
-린신오빠 힘내세요.


통화음 너머로 린신이 잠깐 말이 없어지더니 장소 한번만 더! 라고 난리를 쳤어. 장소는 종료버튼을 눌러 통화를 끝냈어.

_


후순이는 당장 이 자리를 박차 나가고싶었어. 눈 앞의 여자는 뭐가 그리 좋은지 생글생글 웃으면서 차를 음미하고 있었거든. 불안한 저와는 너무 다르게. 무릎에 올려진 양 손에 땀이 가득했어. 무슨 말을 할까. 우리 오빠 더이상 만나지 말라고? 나쁜 년이라고? 후순이는 계속 고개를 숙이고 눈을 또르륵 굴렸어.

-사모님.
-네, 네?!
-어머, 사모님. 왜이렇게 긴장하셨어요. 제가 잡아먹겠다는 것도 아닌데.
-아, 아니 그, 그게요…
-아, 내가 이사님 바람 상대라 그런가?

그런 얘기를 생글생글 웃으면서 얘기를 해. 후순이는 심장이 쿵쾅쿵쾅 뛰는데 여자는 뭐가 그리 좋은지 계속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있었어.

-솔직히 사모님 오빠 취향 전혀 아닌거 알아요? 촌스럽다해도 어리면 커버가 될 줄 알았나본데 스물 셋이라면서요. 그럼 이제 좀 세련되게 살아야지. 그렇게 촌티나니까 오빠가 바람나는거 아니에요.

후순이 눈에선 눈물이 뚝뚝 떨어졌어. 내가 왜 이런 소릴 들어야하지.
지금 후순이는 앞의 여자와 참 많이 대조적이였어. 여자는 날카로운 고양이상에 눈꼬리가 올라간 타입이였고, 후순이는 순한 강아지상이라 눈꼬리가 내려간 타입이였지. 게다가 지금 입고 있는 옷도. 후순이는 어리다보니 롤업한 청바지에 하얀 로퍼, 민트색 블라우스였고 앞의 여자는 네이비색 실크원피스가 유려한 곡선을 드러내면서 세련되고 성숙하게 보였거든. 따지고 보면 스타일의 차이지 전혀 꾸미나 못꾸미나의 차이가 아니였어. 그저 여자는 어린 후순이를 깎아내리기 위해 그런 말을 한거지. 마음 여린 후순이는 그것도 모르고 눈물을 뚝뚝 떨어트렸지만.

-게다가 이번에 애도 유산하셨다면서요? 어쩌면 좋아. 나이도 어린 주제에 일도 안하고 남편이 벌어다주는 돈으로 사는데 애까지 유산했으니. 참 쓸모없다. 그쵸?

아직 덜 아문 상처를 쑤셔대니 후순이의 안색은 창백해졌어. 내 아기. 불쌍한 내 아기. 끕끕거리면서 우는 후순이를 카페의 모든 사람들이 쳐다보고 있었어. 눈물을 닦아내는 후순이와 대조적으로 여자는 팔짱끼고 다리까지 꼬고있었거든. 어머, 뭐야. 사람들이 수근거리는 소리가 후순이 귀에도 들렸어. 여자는 더 볼 것도 없다는 듯이 일어났어.

-오빠는 오늘도 집에 안들어갈 거에요. 그쪽이 있는 집은 들어가기도 싫다나 뭐라나. 이만 먼저 가볼게요. 오빠가 오늘 근사한데 데려가준다고 했거든.

또각거리는 소리를 내면서 여자는 카페를 빠져나갔어. 후순이는 자리에 앉아 계속 끕끕거리고 있었지. 사람들은 웅성거리다 곧 별 일 아니란 듯이 고개를 돌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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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는 동영상 하나를 받았어. 거기엔 우는 후순이와 재수없게 생긴 여자가 있었지. 장소가 화면을 보고 부들거리자 옆에 있던 과외생 기진이가 쭈뼛거리면서 물었어.

-저…누나. 어디 안좋아요…?
-어. 어, 어? 아냐. 아냐. 기진이 문제 다 풀었니?
-네! 저 여기요!

해사한 웃음과 함께 문제집을 내미는데 그 모습을 보자마자 화가 풀리는 것 같았지. 귀여워라. 장소는 문제집을 받아들고 기진이가 푼 문제를 봤지. 역시 내가 좀 잘났다니까. 자기가 가르친 만큼 잘 따라오니 바닥을 치던 기진이의 성적이 금새 중상위권으로 뛰었어. 장소는 문제집을 기진이한테 다시 돌려줬어.

-우리 기진이 이제는 잘푸네.
-정말요?
-응. 많이 늘었어.

그 말에 기진이가 우물쭈물거려. 장소는 어디 아프냐고 물었지.

-그, 그게, 누나…
-응? 왜그래?
-저…이번 모의고사에서 언수외 2등급 맞았는데…
-그래?
-누나 저번에 등급 올려오면 가슴 만지게 해준다고…
-아, 그거?

장호는 후후 웃더니 기진이의 손을 끌고 자기 가슴에 얹어. 누, 누나! 기진이의 얼굴은 새빨개졌는데 손은 장소의 가슴을 주물거렸지. 말캉한 감촉이 손에 감기는데 기진이의 아래가 불끈 거렸어. 장소는 후후 웃었지.

-다음에 성적 더 오르면…맨 가슴 만지게 해줄게.

그 말에 기진이의 얼굴을 폭발할 지경이였어. 정말요? 정말이죠 누나! 한편 장소의 머릿속은 다른 생각으로 가득차 있었어. 이 망할 년을 어쩐다.


_

후순이는 집에 들어오자마자 침대에 들어갔어. 계속 눈물이 멈추질 않았어. 오빠가, 오빠가 나한테 어떻게. 후순이는 계속 꺼이꺼이 울었지. 너무 울어서 눈이 다 짓물렀는데 그런 건 신경쓰이지도 않았어. 나 고생 안시켜준다면서. 맨날 웃게 해준다면서. 후순이는 달콤하게 속삭이던 말들이 더 선명하게 생각나 서러워졌어. 곽건화 이 나쁜새끼야! 후순이가 자기 베개 옆에 있는 곽이사의 베개를 내리쳤어. 그러나 자길 속상하게 본인이 아닌걸. 후순이는 곽이사의 베개를 잡고 너는 왜 곽이사가 아니냐면서 계속 베개를 펑펑 쳤지. 조금이라도 분이 풀릴 거 같았는데 풀리긴 뭐가 풀려. 화만 더 나는거야. 속상하기도 하고. 내가 뭘 잘못했는데 쓸모없다는 소리를 들어야돼?  바람핀 건 저것들 아냐? 일하지 말고 집에 있으라한 건 곽이사라고! 펑펑 내리치는 베개는 남아나질 않을 것같았지. 아아악! 열이 올라 소리를 질렀어. 지금 자기가 이렇게 질질짜고 분풀이로 베개를 때려도 곽이사랑 그 여자는 하하호호거리면서 붙어먹고 있을텐데. 다 부질없고 화가 났어. 후순이는 침대에서 일어나 냉장고로 갔어. 거기엔 시원한 맥주가 잔뜩 있었지. 술을 좋아하는 곽이사때문에 사다뒀더니 술도 안마시는 자기가 마시게 될 줄은 몰랐지. 냉장고에서 아무 브랜드나 잔뜩 꺼내들어서 식탁에 쾅하고 올려뒀어. 제일 가까이 있는 캔을 들어 땄어. 치이익하는 시원한 소리와 함께 탄산거품이 올라왔지. 후순이는 캔을 들어 벌컥벌컥 술을 들이켰어. 처음 목으로 넘어갈 땐 탄산때문에 따가웠는데 위장쪽으로 가니까 타들어 가는 것 같았어. 그렇다해서 지금 후순이 마음만 하겠냐만. 사람들이 왜 힘들 때 술을 마시는 지 알겠어. 속이 타니 다른 생각이 안나거든. 후순이는 계속 술을 들이켰어. 하나둘 비워가더니 어느새 네 캔째야. 후순이는 몸을 가누기 힘들어졌지. 그리고 잠도 솔솔 오기 시작했고. 후순이는 침대로 가려 일어났어. 몸이 휘청거리더니 바닥으로 쓰러졌어. 후순이는 다시 몸을 일으키려하는데 일어나지도 못하겠고 눈도 스르륵 감겨. 그 자리에서 후순이는 잠들었어.

-오빠…

조그만한 목소리로 곽이사를 불러봤지만, 둘의 큰 집엔 후순이 혼자밖에 없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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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새벽, 후순이는 바닥이 차가워 일찍 눈을 떴지. 후순이는 그제서야 추위를 느끼고 침대로 들어갔어. 아 속이야. 술마신 다음날 속이 안좋다고 말하는게 뭔지 알겠어. 이러니 다들 해장한다고 난리치는 거였구나. 부드러운 솜이불이 후순이의 몸을 뎁혀주자 후순이는 다시 눈이 스르륵 감겼어.


몇시간이 지났을까. 계속 울리는 초인종 소리에 후순이는 잠에서 깼어. 누구지? 이제 후순이 마음 속에선 곽이사일 거란 기대감은 한 톨도 남지 않았어. 비척비척거리면서 현관으로 가니 우체부 아저씨가 있었지. 우편 왔어요. 우체부 아저씨가 내민 갈색 서류봉투를 받았어. 안녕히가세요. 후순이는 최대한 상냥한 목소리를 냈지만, 어제 술을 마셔서 그런지 꽤나 잠긴 목소리였지. 뭐지? 발신인은 곽이사였어. 후순이는 봉투를 뜯어봤어.
새하얀 종이 위에 정갈하게 쓰인 단어는 \'합의이혼서류\' 였어. 후순이는 이제 헛웃음만 나왔어. 하, 하! 기도 안차. 정말. 근데 후순이 눈에선 계속 눈물이 떨어졌지. 니가 나한테 어떻게 이래. 후순이의 눈물이 서류에 툭툭 떨어져 잉크가 번졌어. 먼저 쓰인 곽건화의 이름이 번져갔지. 나쁜 새끼. 나한테 왜이러는데. 후순이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꺽꺽 울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