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보여줘
나는 말 그대로 '너'를 보고 싶어.
네가 좋아하는 색깔, 소리, 냄새, 온도, 맛, 단어, 반대로 싫어하는 것들, 너의 고유한 외모와 이 모든 것들로부터 비롯된 너의 자존과 너의 결핍
네 기억 속에서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무언가, 너라는 인간의 일부가 되어버린 습관이나 편견으로부터 비롯된, 특정한 상황에서 반사적으로 나오는, 어떤 생각이나 노력도 거치지 않은 순수한 반응
네가 민감하게 반응하게 되는 단어나 상황이나 그것의 원인, 네가 말하고 싶어 하는 것과 말하기 싫어하는 것, 나는 사실 그 모든 게 알고 싶다. 그야 그 모든 게,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고 단지 받아들이고 상상할 뿐인 그 모든 게 존재한다는 것만큼 신비로운 건 세상에 없을 테니까.
하지만 난 네가 모든 걸 설명해 주길 원하진 않아. 너는 너에 대해 나에게 말하고 싶은 것과 말하기 싫은 것이 있겠지. 네가 내가 뭔갈 말한다면, 난 말하고 싶어서 말한 것이라고 생각할 거야.
네가 내게 뭔갈 말하지 않는다면, 난 말하기 싫어서 말하지 않았거나, 아직 말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거나, 말하고 싶지만 말할 상황이 나오지 않아서 말하지 않았다고 생각할 테지만 그 셋 중 무엇인지는 순전히 내 추측의 영역이겠지.
그 추측은 내 안에 네가 아닌 나만의 너를 만들겠지만 그게 차라리 나아. 네가 나에게 모든 걸 설명하려고 한다면, 너는 나에게 네가 아닌 너를 만들어 보여줄 것 같거든. 꼭 그럴 거라는 게 아니라, 그런 가능성마저 내가 생각해야 할 거란 말이야.
그럼 나는 네가 왜 그런 너를 만들어 보여주고 싶어 했는지를 추측하게 될 거고, 그러면 만들어진 너에 대한 추측이 또 다른 너를 만들어낼 거고, 그러다 보면 점점 내 안의 너는 네 본질로부터 멀어지지 않을까? 그건 무척 두려운 일이야.
아 정말 나는 그게 너무 두려워. 모든 추측이, 우리가 서로의 본질을 짐작해 보려는 모든 시도가... 있는 그대로의 너를 보고 싶어. 단지 그 모습과 그 모습을 묘사한 단어와 문장 그대로 머릿속에 저장해 두고 싶다...
이런 바람에 나는 우울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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