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려주세요..."
잠깐 잠이 들었었나보다.
침대에 걸터앉아 볼 사람도 없는 머리를 정리해본다.
그리곤 멍하니 창밖을 바라본다.
불과 몇일전까지만 해도
뜨거운 여름이었지만
지금의 날씨는 전혀 여름답지 않다.
밖은 옅은 안개로 뒤덮여 있고
날씨는 집에서 조차 긴옷을 덧입지 않으면 안될만큼
추워져있다.
한참을 바라보았지만
역시 인기척은 커녕, 작은 새, 곤충한마리 보이지 않는다.
'이게 정말.. 꿈이 아닐까?..'
다시 스르륵 잠이 오려고 할때
밖에서 소리가 들렸다.
"살려주세요..."
우리집 현관 문앞에서 나는 소리다...
매번 목소리가 바뀌어서
깜짝깜짝 놀랐지만,
그 또한 적응하는데 얼마 걸리지 않았다.
예상하건대,
저 녀석은 자신이 잡아먹은 사람의 목소리를
내는 것 같았다.
"살려주세요..."
이번엔 목소리가 좀더 떨어진 곳에서 났다.
'우리집 앞을 지나쳤군'
나는 안방의 커튼을 조금 걷어서
그 녀석의 동태를 살폈다.
또... 누가 먹힌것일까...
덩치는 전보다 사람 하나만큼 더 커져있었다.
그 녀석이 어떻게 생겼는지 표현하자면..
꽤 간단하다.
사람처럼 생겼다.
정확히 말하면 사람 머리처럼 생겼다.
드럼세탁기만한 여자얼굴에
거머리 같은 머리카락들이 잔뜩 들러붙어 있었다.
2미터쯤 되는 머리카락들은 쉴새없이 움직이고 있었고,
그 것들을 이용해서 이동하는 듯 했다.
속도는... 전혀 느리지 않았다...
녀석이 지나가자
복도창문 너머로
거대한 현수막이 보였다.
'ㅁㅁ구의 랜드마크! ㅇㅇ주상복합아파트!'
다시 베란다 쪽으로 걸어와
난간에 팔을 걸친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있어도 볼 수가 없지...
밑으로 보이는 창문들을 밑으로 20개쯤 세어보다가,
안개에 시야가 막혀서 그만둔다...
난... 100층에 살고있다...
이런씨발 63빌딩보다 높으면 얼마나높은건물에 사는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