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도 이렇게 비가 오던 날이었다. 태풍 끝물이어서 바람도 꽤나 세찼던 것 같다.
출근하던 길 집앞에서 돌풍 때문에 난 우산을 놓쳤고 우산은 날려가 저 멀리 주차된 차에 달라붙었다.
우산을 주우러 갔을 때 옆에 무언가 스치는 것이 있었다. 놀라서 봤더니 한 여자였다. 버버리 코트를 걸치고 비를 맞고 있는 여자가.
버버리코트는 꽤나 오래 된 것이었는데 여자에게는 어울리지 않았다. 하지만 어디선가 본 듯한 위화감도 들었다.
난 그녀를 무심히 보고 있다가 우산을 가지고 다시 갔다. 뒤를 돌아보니 여자가 아직도 그자리에 있었다.
나도 모르게 그녀에게 다가가 우산을 씌워주었다. 그녀가 살짝 미소지었다.
그리고 굉장히 어렵게. 아기가 걸음마를 떼듯 살짝 살짝 그곳에서 움직였다. 꽤나 예뻤던 그녀였기에 나는 그녀를 따라 우산을 받쳐주었다.
순간 그녀는 앞서 뛰어가더니 폴짝 폴짝 뛰었다. 나비같았다. 바람에 날리는 낙엽같았다.
그러더니 뒤를 돌아보고 한번 환하게 웃었다. 순간 숨이 멎을 뻔 했다.
그리고 휙
점프했다.
그리곤 사라졌다. 버버리 코트만이 땅에 떨어져 있었다.
나중에 부모님께 이 동네에 안좋은 일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한 여자가 남자친구를 기다리는데 그 사이 주차를 하던 차에 치여버렸고 음주운전을 했던 운전자는 자기가 뭘 친건지도 모른채 차를 주차시키고 가버린 것이다.
억소리도 못하고 기절해 있던 그녀는 그날 새벽까지 비를 맞아서 추워질때로 추워졌고 몸의 일부가 깔려있어서 신고도 못한 채 아침에 죽어버렸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발견하신 건 우리 어머니였다. 처음엔 죽은줄 모르고 119에 신고한 후에 얼굴이 하얗게 질렸길래 마침 버리고 새로 장만하기로 했던 버버리 코트를 그녀에게 덮어주고 구급차가 온 것을 보신 후에 장을 보러 가셨다고 들었다.
출장을 갔다 왔던 난 뒤늦게서야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녀의 환한 미소가 잊혀지지 않는다.
그녀는 죽는 순간까지 자신을 죽인 사람에 대한 원한보다는 누군가가 찾아주기를, 보살펴주기를, 비에 젖지 않게 우산을 한번 씌워주기를 원했던 것이다.
fin
by 쿠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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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예전에 쓴게 생각난다 여자 우산 비... 공통된 소재들이네ㅋㅋ 비란게 확실히 사람마음을 흔드는 재주가 있나봄
불쌍해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