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웃대 리비아의 개구리  http://huv.kr/fear749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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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 src='http://down.humoruniv.com/hwiparambbs/data/fear/a_9997507666_8377def4f095a7c7af3aeb0280675854bbe8cad3.jpg' width='100%' class='img_bb' style='border-bottom: 1px solid rgb(230, 230, 230); vertical-align: middle; max-width: 480px;'>
안녕하세요. 오랜만입니다. 양조장 실화를 적은 후 시간이 없었는데, 모처럼 휴일이라 정리하며 올려요
-------------------------------------------------- 대학 졸업 후 취업이 힘들어 백수 생활을 하던 차에, 3D관련 자료를 자주 보다보니 관심이 커지게 되었다.      
어차피 취업도 안되고.. 내 미래의 빅픽쳐라던가 딱히 배워 둔 평생기술도 없으니.. 이참에 3D기술을 한번 배워볼까..하는 호기심반 기대감 반으로 기웃기웃 둘러보던 중, 신설 학원이며 책 없이 실무위주의 교육을 한다는 문구가 적힌 학원 광고를 보게 되었다.    
교수진이 훌륭하고, 학생이 많고, 광고도 빵빵한 유명 학원의 광고도 당연히 봤었지만 썩 내키지 않았다.  
새로 생긴 학원이 아직은 학원생도 많이 없을 것이며, 이왕이면 비싼 돈 주고 배우는거 질문의 기회가 많았으면 하는 바램에 곧장 전화기를 들었다.   학원 원장이라는 여성분과 전화로 간단한 대화를 나눈 뒤, 더 자세한 교육과정을 들어보기 위해 직접 찾아갔는데, 집과 학원과의 거리가 꽤 멀었었다.  
학원은 조용한 주택가의 깔끔한 건물 4층에 위치하고 있었다.    
회색 바닥에 파티션과 딱딱한 책상위의 컴퓨터를 상상하며 학원에 들어섰지만, 하얀 고양이 한마리가 나를 반겼고, 이어 학원이 맞나 싶을 정도로 내부 인테리어가 아기자기하고, 마치 굉장히 잘 꾸며놓은 애니메이션 매니아들의 방을 보는 것 같았다.    스무대정도의 컴퓨터가 창가를 향해 지그재그로 놓여져 있었고, 그리 넓진 않았지만 3D관련 잡지나 메뉴얼등이 꽂혀있는 책장들, 책장 사이사이와 천정에는 수십종의 프라모델 및 인체모델 등.. 상상력을 자극하는 갖가지 물건들이 보기좋게 어우러져 있었다.       정말 아담하다며 감탄하고 있는 사이, 단발머리를 한 앳되고 단아한 여성이 원장이라며 인사를 건내왔다. 너무 젊다는것에 약간 의아했지만.. 그저, 금수저라 좋겠다하고 생각했었다.       간단히 인사를 하고, 원장실의 테이블에 앉아 차를 한 잔 마시며 교육 과정등의 대화를 나누던 중.. 내가 이 학원에 지금 등록을 하게 된다면 첫번째 학생이 되는것이라며, 생각이 있는지를 물어왔다.      
인테리어도 괜찮고.. 교육방식이나 과정도 마음에 들고.. 지금까지 자의로 선택했던 모든 처음이라는 것 들의 시작과 그 끝을 재빨리 되뇌여보니.. 딱히 대체로 나쁘지 않았던 것 같아서 흔쾌히 등록을 하겠다니, 원장은 매우 기뻐하는 표정을 지었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꼬깃꼬깃 모은 400만원이라는 거금이 당장 나갔지만..  (Maya라는 프로그램이었는데, 2006년 당시엔 크게 비젼도 없었고 배우기도 힘들었고
오토데스크가 인수하기 전엔 알리아스여서 가격도 엄청 비쌌던 프로그램입니다.
단지 유니크함과, 미래를 보고 선택했었지요.)  미래가 될 수도 있는 투자이기에 전혀 아깝지 않았고, 오히려 기분이 좋았다.     수강신청서를 작성하며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다 교수진은 어디계시며, 어떤 분들이냐 물으니 원장은 본인이 직접 모든 수업과 총괄적인 업무를 다 할 것이며, 애초에 학원생을 많이 받을 생각이 없어서 따로 교수진을 두고 있지는 않다고 생글거리며 대답했다.      
' ? '      
나이가 전부는 아니라지만.. 잠깐 느꼈던 원장은, 어투나 행동 등을 봤을때 또래보다 약간 성숙한 정도였지, 목소리나 단발머리 등등..외모로 본다면 오히려 나보다 어려보였었기에 갑자기 속은게 아닌가 하는..걱정이 덜컥 앞섰다.       그 당시엔 대부분 맥스라는 프로그램을 다루었지... 마야라는 비싸고 어려운 프로그램을 다루는 직장조차  드물었거니와.. 내 나이또래에 실무경험이 충분하리라는 생각은 도저히 들지 않았다.      
이런 내 머뭇거림을 느꼈는지.. 원장은 쑥쓰러워하며 말을 꺼냈다.  
자랑이 아니라, 본인은 조금 젊어보이지만 사실 나이가 서른중반에 가까우며, 실무경험은 외국에서 충분히 쌓아왔으니 교육적인 부분은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고 혹시나 만족하지 못한다면 학원비를 전액 환불 해 주겠노라 싸인까지 해 주겠다고 했다.    쿨하게 됐다고 하고 싶었으나.. 내심 걱정에 환불 자필싸인까지 확실하게 받았다.        
아무튼 등록을 하고 학원을 다니게 되었는데, 당시 내가 살던곳은 삼송. 학원의 위치는 잠실쯤이라.. 지하철 타고, 걷고, 기다리는 시간까지 합치면 대략 하루 4시간을 지하철에서 보내야했다.      교육과정은 생각보다 굉장히 빡빡하고 어려웠다. 학원생이 나 혼자라 원장은 아침9시부터 내가 집에 갈 때 까지 옆에서 1:1 교육을 해 주었고, 취미도 그저 원장실에 하루종일 앉아 프로그램을 다루거나 영화를 보는것이어서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학원에서 보냈다.     그리고 우려와는 달리 굉장한 능력자에 다정하기까지 했다..       잠시나마 의심했던 내가 문득문득 부끄러울때가 많았다.         원장의 교육을 다 따라가지 못했던 난 지하철에서 보내는 4시간이 너무 큰 걸림돌이었다. 집에는 프로그램을 구동시킬 정도가 되는 사양의 컴퓨터도 없었고, 그저 학원에서 수업할때 열심히 따라하면 되겠지라고 생각했었다.      그렇다고 원룸을 주변으로 옮기려고 알아보니.. 삼송에 비해 월세가 너무 높았다.        
한달즈음 지난 주말 아침, 학원에 자율학습을 하러 갔더니 뒷켠에 못보던 커튼이 쳐져있었고, 컴퓨터 세대가 놓여져 있어야 할 자리엔 컴퓨터 대신 당시 유행하던 라꾸라꾸 침대와 새 이불과 베개,  그리고 직접 노란 나비를 그려넣은 하얀 쪽지가 있었다.          
'왔다갔다 하는거 힘들지? 밤늦게까지 공부하고 학원에서 자고 싶으면 그래도 괜찮아. 힘내자' '추신 - 원장실 뒤로 나가면 샤워실도 있지롱'         전날 내가 꽤나 힘들다는 기색을 은연중에 비췄더니 원장이 이런 배려를 해주었다. 가정 불화에, 가족들에게도 외면받아왔던 나에게 교육 이외의 이런 따스함까지 베풀어주었다..
원장의 마음에 객지생활의 긴장감이 확 풀리는 순간이었다.
미안함과 고마움에 눈물이 솟았다.          정말 열심히 했다.   집은 일주일에 한번 가서 속옷따위를 빨고 챙겨오는 곳이 되었고..대부분의 생활은 학원에서 했다.      
아침 저녁으로 씻으러 샤워실에 들어가면 원장이 가끔 속옷을 샤워기 머리라던지.. 대충 어딘가에 걸어두고 깜빡할때가 자주 있었다.
원장이 민망해 할까봐 그런날은 일부러 안 씼었지만.. 허당끼를 보자 뭔가 싱숭생숭 했었다.  
그렇다고 불결한 생각을 했던것은 아니었다, 당시 원장의 존재는 나에겐 성지와도 같았다.       학원에서 같이 살다시피 한지 3개월정도가 지날 무렵의 원장과 나는 밖에 나갈때도 같이 다녔었다.      주변의 편의점 주인이며.. 술 생각이 나면 곧잘 갔었던 쭈꾸미집, 굴 국밥집, 삼겹살 집 사장님들은 우리가 애인이나 부부사이인줄 알고 있었다.         그때까지도 학원생이 나밖에 없는 상태라 그런 시선들을 어느순간부터 문득 그냥 즐기게 되었고, 어느덧 정신줄 살짝 놔 버리면 당장 사귈 것 같은 묘한 분위기가 원장과 나의 사이에 흐르고 있었다.        
그래도 난 학생이고, 선생은 선생이라는 끊길듯 말듯 한 그 보이지 않는 선을 붙잡고 있었다.       그러던 중, 그 뒤로도 학원생 유치가 안 되다 보니.. 원장 입장에선 유지비를 벌어야 될 지경에 이르렀다.  
원장은 나와의 수업을 오전에 끝내고, 오후엔 경기도에 위치했던 모 고등학교에 시간 강사로 출퇴근을 하게 되었다.      이때쯤의 나는 원장의 열정으로 마야프로그램의 노하우 일부분과 프로그램을 대부분 마스터 했었고, 쉐이크라는 영상 편집툴과, 여타 다른 마야와 연동되는 특수효과와 관련 된 툴 등이 필요하다며 배우고 있었다..      
애초에 이런것들은 교육 과정에 포함되어있지 않은 교육이지만, 완벽히는 아니더라도 배워두면 큰 도움이 된다며 원장의 권유로 배우게 되었다.  
가끔 오전에 수업이 안 될땐 퇴근이 늦어도 끝까지 교육을 해줬었다.      
다만 학교를 나간뒤로 스트레스가 심했는지, 어쩌다 한가해지는 오전시간은 수업 대신 그냥 조용히 나가서 같이 걷거나, 조조영화를 보러 다니곤 했었다.             학교에 나간지 한달 쯤 됐을 무렵, 원장은 학교에 시간강사 자리를 소개시켜 준 원장의 선배라는 사람이 고마워서 술 한잔 사러 다녀오겠노라고 나간 뒤,    
그 술자리에서 모텔로 끌려간 원장은 선배라는 남자와 후에 또 추가로 방에 들어온 선배의 동생이라는 놈 두명에게 성폭행에 가까운 치욕과 원장을 아는 누가 봐도 전혀 못 알아 볼 정도로 얼굴이 풍선이 될 만큼 구타를 당했다.         사람 얼굴이 그렇게 부풀어 오른것은 처음봤었다..              모텔 청소 아주머니의 신고로 경찰이 도착 했을때 원장의 물건은 하이힐 한 켤래외엔 없었고, 원장은 한쪽 구석에 쓰러져서 사시나무 떨듯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고 한다.       후에 들어왔다던 동생 두놈은 어디론가 사라졌고, 그 선배라는 놈은 술이 떡이되어서(후에 잡혔지만 곧장 풀려남) 경찰이와서 한참을 있어도 못 알아볼 지경이었다는 말 등을 원장의 어머님과 같이 듣다가 어머님께서 몇번이나 호흡곤란으로 기절하기도 했다.     너무나.. 안타까웠다.          그 후 원장은 얼마간의 요양기간을 가졌는데, 아무도 만나지 않았으며 연락도 되지 않았다.      
요양 후 다시 학원에 수업을 하러 왔을땐 모든것이 이미 달라져 있었다.  총명하고 이쁘던 두 눈은 한쪽이 기울어져 있었고, 코도 휘고 멍도 덜 빠진 상태였다.  
늦게나마 봤는데 송곳니도 한쪽이 빠져서 말을 할때마다 어눌함과 바람새는 소리가 쉭쉭 났고,    
내 노트엔 큰 재산이 될거라며 곧잘 본인이 필기를 해 주곤 했었는데, 손을 너무 떨어서 무슨 글을 적는지 못 알아 볼 정도였으나 그래도 본인의 책임이라 여겼는지... 애써 꿋꿋이 적어줬었다.    
수업이 힘들면 들어가라고 몇번이나 부탁을 했는데도, 괜찮다며 입을 가리며 웃었다. 활짝 웃는 얼굴이 선한데, 입을 손으로 가리고 웃는것을 보니 피눈물이 나는듯 했다.         문득 본인을 부르는 소리에 굉장히 화들짝 놀라 주저앉기도 하고, 가만히 있던 물건을 치웠다 다시 놨다, 이리 옮겼다 저리 옮기기도 하고...      거기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가족이 아닌 관계로, 확실히 알 수는 없었지만.. 전과 후의 모습은 끔찍하도록 많이 달라져 버렸다.      
학원에서 같이 있었던 사흘동안 원장은 별로 먹지도 않고, 잠과 수업만 반복하다, 사흘째 되던날 오후쯤 갑자기 본인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정신없는 사람처럼 행동하길래, 깜짝 놀래서 휴대폰에 저장해 둔 원장의 어머님께 급하게 전화를 드렸다.        원장님이 좀 이상하니 병원을 한번 가 보고 쉬어야 될 것 같다고 전해드리니 금방 오셔서 데리고 가는걸 같이 모셔드리고, 나도 학원 문을 잠그고 삼송의 집에서 주말을 보낸 뒤 월요일 아침에 학원을 올라 가는데, 건물 입구의 경비원 아저씨께서 나를 불렀다.              "원장이 이제 학원 운영은 안 할 모양인갑드라. 총각한테 전해 주라 카는거 좀 받아놨는데?"             그래서 경비실 뒤 창고로 따라 가 보니, 학원 안에 남겨뒀던 나의 사소한 짐들과.. 중요 라고 적힌 박스안에는 여태 공부하고 받아적었던 공책들과 구겨진다고 살살 보라던 당시엔 귀했던 관련 서적들이 모조리 들어있었다..
그리고 학원에서 내가 사용하던 모니터 세대와.. 컴퓨터 본체 두대도 있었다.        
짐들을 챙겨 나올때 경비아저씨께서 전해주는 쪽지. 노란 나비가 그려진 원장의 쪽지를 받았는데 삐뚤삐뚤 그려진 나비그림을 보고 있노라니.. 울화통이 터지고 사시미로 마음을 도려내도 그렇지는 않을 것 같은 상실감이 들었다.     쪽지는.. '이렇게 되어서 미안해요, 차츰 괜찮아질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추신 - 혹시 교육이 마음에 안들었다면 언제든지 환불 가능하지롱'      불편한 것들이 가득한데, 밝은척 하는것은 도대체 얼마나 힘이 들까..              
그 뒤로 시간은 너무나 빨리 흘러갔다.      
어떻게든 연락을 해 보고 싶었고, 나의 성지였던 사람이 지금쯤은 괜찮은지, 아니라면 언제쯤이면 괜찮아 지는지 너무나 궁금했다.     마지막 희망이었던 원장 어머님의 휴대폰 마저도 어느순간 수신이 끊겨있었다.          
오히려 찾아뵙는것 또한 아닌것 같기도 하고 어쩔줄을 몰라 일년을 넘도록 귀에 고름이 차고 수술을 할 정도로 폐인처럼 술을 마시며 지냈다.         어느 늦가을, 해가 떨어져 어두워진 거실에 앉아 술에 취해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처음 받았던 원장의 힘내자는 나비쪽지를 고개를 떨구고 멍하니 펼쳐보는 순간..        
곁눈으로 베란다에 누가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슬쩍 봤더니,      원장이 우두커니 서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순간 너무 무서워서 눈을 콱 감았다가 다시 뜨니 사라지고 없었다..     그렇게 보고싶었던 원장인데...    
아무리 눈을 다시 감았다 뜨고 몇날 몇일을 그 자리에서 술을 마셔도       그것으로 끝이었다.         그해 겨울엔 잊고 있었던것들을 공부하고 모자란것은 독학을 해서 이듬해 모 특수효과 제작회사에 취업을 하게 되었다.          
취업을 하고 시간이 날 때 마다, 혹시 모를 기대감으로 나도 모르게 종종 발길이 학원으로 향할때가 있었다.         혹시나 원장이 예전처럼 총명한 얼굴로 도란도란 학생들과 수업중이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그런일은 없었다.             회사 특성상 밤샘을 자주 하는데..이년이 지난 어느날 전화가 한 통 왔다. 작업 중엔 전화가 와도 아무 효과가 없도록 만들어 놓거나, 신경이 쓰여서 꺼놓거나 둘 중 하나인데, 그날은 진동이 되어 있었고.. 희안하게도 울리자마자 단번에 받았다.                  원장이 견디다 못해 스스로 하늘로 갔다는 가족들의 연락이었다.            
몸은 작지만,  작디 작은 원장의 가르침 중 쓰잘데기 없었던 것이 지금껏 단 한가지도 없었다. 공책은 아직도 유용하게 보고 있으며, 따뜻함을 베풀고 있다.    다행인것은 원장의 글씨는 아직도 공책에 남아 추억이라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진한장이 없는것이 아쉽지만.. 그는 그것대로 없을만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어딜가나 미친놈이 있기 마련인데, 이런놈들과 엮이는건 안타깝지만 순전히 본인의 운인 것 같습니다. 모두들 좋은인연만 가득하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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