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억 년 버튼





버튼을 누르면 다른 세계로 간다.

잠들거나 죽는 등 잠시라도 의식이 사라지는 행위는 일어나지 않는다.

아무도 없고, 아무것도 없다.

5억 년이 지나야 한다.

그렇게 되면 버튼을 누르던 현실로 돌아온다.

물리적 환경은 버튼을 누르던 순간과 변함이 없고, 기억은 사라진다.

그리고 내 통장에 5천만 원이 입금되어있다.

누를까?


원래는 일본 애니에서 시작이 되었다는 이 짧은 퀴즈는

과학자들이 과학 얘기하는 프로그램에서 듣게 되었다.

그 채널의 물리학자는 두 번 생각하지 않고 누른다고 했다.

현실에서는 버튼을 누르는 순간, 왜 눌렀는지도 잊고 통장에 돈이 들어오게 되는 것이다.

다른 유니버스에서 끔찍할 수 있는 5억 년의 시간을 버텨내야 했던 존재를 과연 ‘나’라고 할 수 있겠나 하는 것이 이유였다. 그러면서 5천만 원이 아니고 5만 원만하더라도 누른다...

재밌는 건, 그렇다면 버튼을 누를 때에 본인이 아니고 와이프가 그 5억 년을 지내고 역시나 기억을 잃은 채 돌아오는 거면 누르겠느냐는 질문에, 그 물리학자는 머뭇거렸고 아마도 못 누를 것 같다고 했다.


같은 질문을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에게 해봤다.

아이러니...

미생물학박사인 동창 친구는 못 누른다고 했다.

이유는, 나의 행동에 내가 책임질 수 없는 타인이 등장하는 순간 나는 머뭇거리다가 결국 포기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마치 내가 본 채널의 물리학자와 그의 와이프 얘기처럼.

그런데, 만약 5억 년을 어떻게든 버텨내는 존재가 ‘나’라고 할 수 없다면, 그렇다면 결국 내가 아닌 ‘남’이 되는 것이 아니겠냐...

그렇다. 친구는 바로 채널의 물리학자가 제시했던 ‘누른다.’의 이유로 ‘누르지 못한다.’의 결론을 내었다.


재미난 과학자들 같으니라고.


아무리 생각해봐도 정체성이란 잡히지 않는 무엇이다.

그러고 보니 기체인가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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