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 가운데 인구 오천의 아름다운 섬나라.
그 섬나라는 지금 위기이다.
전 인류가 마주한 위기를 가장 먼저 느끼는 곳이기 때문이다.
섬이 바닷물에 잠기고 있다.
해수면이 상승하고 있다. 점점 뜨거워지는 지구 때문에.
그것을 되돌릴 길은 없어 보인다. 물에 빠져 죽지 않으려면
살 길을 반드시 찾아야 한다.
그 섬나라는 영국 보호령이었다. 영연방 왕국 입헌군주제 내각책임제.
국왕은 찰스 3세.
섬나라 사람들은 은근히 영국 왕실을 믿고 있었다.
섬이 물에 잠기기 전에 자기들은 영국으로 이주하여 살 수 있을 것이라고.
한편 한국의 한 소설가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한국 사람들의 머리 속에 기후위기로 인한 해수면 상승은 이미 상식이다.
그 사실은 모두가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머리 속 생각과 다르게.
사람들의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어떻게 사람들을 움직이게 할까.
기후위기로 잠겨가는 섬나라. 전 세계적으로 난민 쿼터를 만들어서
섬나라 주민들을 분산하여 받아주는 것은 어떨까.
만약 섬나라 주민들을 어떤 국가에서도 받아주지 않는다면.
그들은 무장을 하고 다른 땅에 상륙할 것이다. 틀림없다.
소설가는 난민에 관한 국내법을 검색해 보았다.
난민법에 의하면 기후위기 때문에 외국인이 난민이 되는 규정은 없었다.
난민법은 타국의 정치범을 우대하는 법이었다. 타국의 정치 여건이 바뀌어서
그 정치범이 혹여나 본국으로 돌아가 한 자리를 하게 된다면 그 때
정치범을 우대해 주었던 우리 나라가 그 덕을 볼 수 있지도 않은가.
하지만 기후위기로 인하여 영토를 소실할 국가의 외국인은
본국으로 되돌아 갈 국가가 소멸하는 것이었다.
국가의 삼대 조건은 국민 영토 주권 아니던가. 영토를 상실하면
국가는 더 이상 국가가 아니게 되는 것이었다.
기후위기 때문에 한국 땅에 머물고자 하는 사람들은 난민이 아닌
인도적 체류자의 신분을 얻게 될 것이었다. 현재의 한국 법에 의하면 말이다.
어느 날 한국의 어떤 시민이 물에 잠기는 섬나라의 사람들을
난민으로 적극 수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떠들고 다니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애써 무시했다. 그 주장을 귓등으로 듣고 흘렸다.
그들 생각은 이러한 것이었다.
우리 나라 해안이 해수면에 잠기는 것은 먼 미래의 일일 거야.
내가 죽고 난 다음에 그 다음 다음 다음에 아마도 잠기겠지.
내가 살아 있는 한 그런 일이 일어나진 않을 거야.
인종도 문화도 다른 난민을 받을 이유는 없지. 그리고 만약
소수의 난민을 받아들인다 해도 그들이 어디서 살아?
그들에게 어느 땅을 주어서 살게 해?
기후난민에게 바다에 곧 잠기는 바닷가 땅을 주어 살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들은 낙후되었으나 바다로부터 안전한
땅에 찾아들어가 살 것이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한국 땅 또한 바다에 잠겨들어가기 시작할 때
한국인들이 바다에 먼저 잠기고 기후난민들은 나중까지
살게 될 것이었다. 그런 일은 전혀 사리에 부합하지 않는 일이었다.
기후난민의 노동력과 지식으로 낙후된 촌에다 내국인들이
이주할 단지를 건설한다고 하여도 말이다. 난민은 불편한 존재요
뿌리깊은 혈통을 유지한 한국과 어울리지 못하는 사람들일 것이었다.
그들은 게다가 한국의 사회보장제도에 편입되는 난민 지위도 아닌
인도적 체류자와 같은 하찮은 사람들일 것인데...
한국 사회 변환의 촉매는 그렇게 한국 땅을 밟기 전에
물에 빠져 죽게 될 운명인지도 몰랐다.
난민은 불편한 존재요 뿌리깊은 혈통을 유지한 한국과 어울리지 못하는 사람들일 것이었다.
난민에 대한 보통 한국인의 인식입니다
아마 촉매로 작용하려면 못어울리는 사람들이 나을것 같네요 - dc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