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에 쥐가 들어왔다. 이런 문장을 쓸 일이 생기지 않았더라면 좋았으련만. 그러나 나는 사실대로 써야 한다. 쥐가 편의점에 들어왔다.
그것은 '편의점에 바퀴벌레가 들어왔다'라는 문장보다 쓰기 힘들다.
'편의점에 바퀴벌레가 들어왔다'라는 문장은 '오늘 우리 엄마가 울었다'는 문장을 쓰는 것만큼 힘들다.
'편의점에 쥐가 들어왔다'라는 문장은 '오늘 우리 아버지가 울었다'라는 문장을 쓰는 것만큼 힘들다.
아침에 교대 근무자가 말했다. "새벽에 쥐가 들어왔습니다." 그의 표정은 심각했다. 쥐는 새벽에 문을 잠시 열어놓은 틈에 들어왔다. 좀 더 유식한 표현으로는 야음을 틈타 잠입했다고 한다.
그는 좀 흥분한 것처럼 보였다. "난 찍찍이가 졸라 싫어요." 그는 나보다 나이가 훨씬 많고, 키도 훨씬 크고, 오토바이를 기가 막히게 잘 타는 사내였는데 쥐를 찍찍이라고 불렀다.
짐작하기에 그의 쥐 공포증은 그의 어린 시절 경험에 기인한 것이라 쥐에 대한 얘기를 할 때면 그는 어렸을 때의 자아로 돌아가는 것 같다.
그는 창고 방향을 가리키며 찍찍이가 그리로 숨었다고 했다. 그리고는 빠른 속도로 퇴근했다.
이제 홀로 남은 나는 창고를 바라보았다. 나는 창고에서 할 일이 많은 사람이다. 그래서 간밤에 아무 일 없었더라도 어쨌든 창고를 바라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똥 같은 기분으로 창고를 바라본 적은 여태껏 없었다.
겉보기에 창고는 어제와 다를 바가 없어보였다. 하지만 이제 그 속에는 쥐가 있다.
창고에는 수많은 상자들이 있었다. 그것들은 쌓이고 쌓이며 수백가지의 틈과 공간을 만들어냈다. 나는 그 중 하나를 들여다보았다. 그곳은 칠흑처럼 어두웠고, 좁았으며, 꿈도 희망도 없는 아프가니스탄의 밤골목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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