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희미해진다. 이윽고 그것은 사라진다.

 얼굴이 없어진 것일까, 뇌가 분리된 것일까.

 시야는 뚜렷이 잘 보인다.

 

 "저기 서한 군, 혹시 환각이 보인다거나 환청이 들린다거나

  하지 않습니까?"


 그의 질문은 확신에 찬 믿음에 가까웠으며, 그 의미는 내가 혹은 이 세계가 곧 사회적으로 소외될 것임을 암시했다.


 저 멀리 어둠이 찾아온다.

 빛 잃은 도시, 회색으로 물든 곰팡이의 떼가 모여든다.

 머리를 뒤섞는 수근거림이 시작되고,

 아닌 밤중에 그것은 활기를 갖는다.

 몸에 달린 눅눅한 가면은 수 갈래로 떨어져,

 다시 모이기를 반복하고.


 어릴 적 그렸던 그림에는

 곰팡이가 슬어있었다.

 팔레트에는 흰색 물감을 짰고

 먼지들을 헤집으며 붓을 곧추세워

 사이 사이 점을 찍는다.

 

 뇌에는 난쟁이들이 살아요.

 밤 하늘엔 별들이 떠있고

 도시의 빛은 여전히 빛나고 있지요.

 그리고 현실의 난쟁이들은

 나를 그에게 보내버렸답니다.


 그거 알아요?

 생각이라는 병은 고칠 수 없다고,

 말은 생각대로 나오는 것이 아니라고,

 나는 그것이 더 어렵다고.


 그런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믿기지 않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