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허리를 곧게 펼 수 있게 된것이 얻그제 같은데
가혹한 세상은 내게 고입이라는 달리기를 시킵니다.
모두가 당연하게 해내는 일인데
어째선지 나는 견딜 수 없을 만큼 힘이 듭니다.
걸음마를 떼기 전 나는
가족이라는 아늑한 세상에게
특별하다는 이야기를 정말 많이 들었습니다.
너는 구구단을 정말 빨리 이해했다,
덧셈을 잘 하는구나,
하나를 알려주면 열을 아는구나.
나는 내가 특별한 아이라 생각했습니다.
가족이 내게 특별하다 했기 때문에,
내 세상이 내게 특별하다 했기 때문에.
하지만 이제는 압니다.
나는 특별한게 아니라
유별난 것을요.
범재 조차 되지 못하는 얼간이라는걸.
죽어라 노력해도
제자리 인것만 같습니다.
연습이 허용하는 기적이자 한계가
제겐 턱 없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누구든이라는 말에
포함 되지 않는 기분이랄까요.
이건 누구나 할 수 있어.
너도 이정도는 할걸?
누워서 떡 먹기보다 쉬운거야.
이 모든 말들이
정말이지 푸른 잔디 같습니다.
잔디에도 쓸려 다치는 제겐
말 조차 날카롭나 봅니다.
늦은 밤에 책상 앞에서 공부를 하다
설거지조차 귀찮아 둔 유리 잔에 비친 제 얼굴이
너무나 한심하고 안타까워 보입니다.
그래도 죽을 듯이 노력하면
연습의 한계조차
기적으로 넘어설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넘어서야만 합니다.
모두가 하는 이 당연한 고입 조차
넘지 못한다면
그동안 노력해온 나 자신과
특별하다 말해온 내 세상이
너무나도 비굴해 보이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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