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하고 와서 첫번째로 녀편네와
하던 날은 바로 그 이튿날 밤은
아니 바로 그 첫 날 밤은 반시간도 넘어 했었는데도
녀편네가 만족하지 않는다
그년하고 하듯이 혓바닥이 떨어져나가게
물어제끼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어지간히 다부지게 해줬는데도
녀편네가 만족하지 않는다
이게 아무래도 내가 지 씹질을 槪觀(개관)하고
있는 것을 아는 모양이다
똑똑히는 몰라도 어렴풋이 느껴지는 모양이다
나는 섬찍해서 그 전 둔감한 내 자신으로
다시 돌아간다
련민 순간이다 황홀 순간이다
속아 사는 련민 순간이다
자지가 쏟고 난 뒤에도 보통 때보다
완연히 한참 더 오래 끌다가 쏟았다
한 번 더 고비를 넘을 수도 있었는데 그만큼
지독하게 속이면 내가 곧 속고 만다는
- 김수영 전집 (민음사,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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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 여인이 쓴 책 인용 - 무슨 연유인지 수영은 생전에 이 작품(성)을 나에게 보여준 적이 없었다. 죄와벌처럼 나는 수영의 죽음이후 그의 책상 정리를 하다가 이 작품을 찾아냈다. ............당시만해도 가끔씩 큰 출판사에서 주요 문인들을 불러다가 술을 대접하고 여자까지 붙여주는 문화가 있었다. 수영도 그러한 자리에 몇번 나갔다. 하루는 이른 아침에 돌아온 수영이 눈을 반짝여 가며 나에게 지난 밤의 이야기를 신나게 늘어놓았다. 나무젓가락처럼 키가 크고 살결이 하얀 여자와 동침을 하게 되었는데 어찌나 재미가 없었던지 혼이 났다는 것이다. 부인에게 그런 이야기를 천연덕스럽게 하는 남편이나 또 그런 남편의 말에 장단을 맞춰 가면서 재미나게 이야기를 듣는 부인도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내 댓글을 오해하는 것은 불편해요.
출처 좀. 김수영 전집에는 안 나오는 이야기.
김현경 에세이 「김수영의 연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