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으려고 생각했다. 올해 설날, 옷감을 한 필 받았다, 새해 선물이다. 천은 삼베였다. 쥐색 줄무늬가 촘촘하게 박혀있었다. 여름에 입는 거겠지. 여름까지 살아 있자고 생각했다.

 

 

내가 못된 일을 하지 않고 귀가하면, 아내는 미소로 맞아주었다.

그날그날을 질질 끌리다시피 지내고 있을 뿐이었다. 하숙집에서 외톨이가 되어 술을 마시고 혼자 취해서 소리 없이 이불을 펴고 자는 밤은 유독 견디기 힘들었다.

꿈조차 꾸지 않았다. 지쳐있었다.무엇을 하건 귀찮았다. [재래식 변소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라는 책을 사서 본격적으로 연구한 적도 있었다. 그는 당시, 종래의 인분 처리에 곤혹을 느끼고 있었다.

신주쿠의 인도 위에, 주먹만한 돌멩이가 느릿느릿 기어가는 걸 보았다. 돌이 기어가고 있군. 그저 그렇게만 생각했다. 그러나 그 돌멩이는 그의 앞을 걸어가는 지저분한 아이가 실에 메달아 끌고 가는 것임을 금방 알 수 있었다.

아이에게 속임을 당한 것이 쓸쓸한 건 아니다. 도무지 일어날 수 없는 일을 태연히 받아들인 자신의 자포자기가 쓸쓸했다.

그렇다면 나는평생 이런 우울과  싸우다 죽게 되는구나. 생각하니 자신의 처지가 애처로웠다.

초록빛 논이 갑자기 뿌옇게 변했다. 운 것이다. 그는 당황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값싼 순정적인 일에 눈물을 흘린 것이 약간 부끄러웠음이다.

전차에서 내릴 때 형이 웃었다.

"되게 풀죽어 있군. 야, 힘내."

그리고는 류의 작은 어깨를 부채로 탁 하고 때렸다.

땅거미 속에서 부채가 유난히 희게 보였다. 류는 뺨을 붉힐 정도로 기뻤다. 형이 어깨를 때려 준 것이 고마웠다. 늘 적어도 요만큼이나마 허물없이 대해 준다면 좋겠는데, 하고 덧없이 바라고 있다.

    찾아간 사람은 외출중이었다.

 

 

형 은 말했다. "소설을 시시하다고는 생각지 않아. 내겐 그저 분명하지 않을 뿐이야. 단 한 줄의 진실을 말하려고 백페이지의 분위기를 조성하거든." 나는 조심조심 심사숙고하고면서 대답했다. "정말이지 말은 짧을 수록 좋아. 그것만으로 믿음을 줄 수 있다면."

 

형은 또, 자살을 제 흥에 겨운 짓이라고 꺼렸다. 그렇지만 나는 자살을 처세술처럼 타산적인 것이라 생각하고 있던 참이었으므로, 형의 이말을 뜻밖이라고 느꼈다.

다 털어놔 .응? 누구 흉내지?

 

다자이 오사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