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것이지. 낙엽이 낙엽을 덮어 주듯이 우리는 끊임없이 누군가의 뒷모습을 먹고 산다. 파도의 날카로운 말단들이 쏟아지는 계절. 모두들 순진하게 자신의 등을 남들에게 피워올린다. 창 밖으로는 칼들이 내린다. 완전히 젖어버린 종이인형의 팔다리. 소나기라서 다행이다. 비참하지 않게 오히려 맑고 자신있게 사라진 가지들. 다시 돋을 기미는 없겠다. 표정들은 어디갔지. 편의점에 들러 우유를 고르는 표정을 다시 그려넣고 하늘에 집중하기로 하자.  그렇게. 물질이 물질을 덮고 있는 광활한 숲속은 조용하다. 새소리가 농축된 걸죽한 음료를 마시면서 박자를 세는데. 문득 나는 팔다리가 없고, 고로 혁명과 불온사상 없이도 주렁주렁 목과 몸통만 메달려 있는데.  하늘은 너무 맑았고 나는 아직 지워지지 않은 입으로 다시 말했다. 정말 다행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