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을 자물쇠로 채워 두는 것은 불편했지만 세상일이 그렇듯, 하다 보니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도 오래 살고 싶지는 않았다. 처음 이사올 때 생각했던 것보다 이미 너무 오래 살고 있었다. 계단을 가운데 두고 양쪽에 다섯 집씩이었고 공동 화장실은 어째서인지 여섯 칸씩 만들어져 있었는데 제일 끝 칸은 열린 것을 본 적도 안을 본 적도 없었다. 나는 우리 집 화장실이 다섯번째가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동생은 혼자 화장실에 있기를 싫어해서 매번 나를 끈질기게 졸랐다. 그리고 안에서 이렇게 불렀다.
형 안갔지?
형 있어?
그렇게 기다리고 있으면 제일 끝 집에 사는 여자가 퇴근했다. 계단을 돌아 2층으로 올라오는 걸 보면 나는 느릿느릿 화장실 안으로 들어갔다. 밤의 북한산은 검고 차가웠다. 몇번은 수도방위대 군인들이 아래로 내려가는 걸 본 적이 있다.
동생이 형 있어? 하고 부르면 이어폰을 빼고 좀 망설였다가 어 하고 건성으로 대답했다. 안들려서였는지 동생은 문을 살짝 열기도 했다. 난 어 하고 다시 대답했다. 물소리가 나고 동생은 통로로 나와 문을 잠갔다. 전등은 열두 시 넘게까지 끄지 않았다.
동생은 형 하면서 복도에 서 있는 나한테 달려든 다음 슬리퍼를 끌며 잽싸게 집으로 갔다. 먼저 가면 컴퓨터를 차지할 수 있었다.
가을이었나보다. 밖에서 기다리면 발이 시렸다. 세탁기 호스를 연결해 조인 철사에 녹이 슬었고 마루 난로 연통 은박 테이프 틈에 붉은 물이 끓다가 물기가 날아가 말랐다.
자물쇠는 다른 사람이 들어가지 못하게 잠그는 물건이 맞다.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자물쇠를 잠그지 않았고 열쇠를 못에 걸어두기만 했다. 가스렌지에서 가까워서 그런지 기름이 끼어 쇠가 노랗게 되었다. 하지만 필요없으니까 낡아져도 되고 잃어버려도 된다. 자주색 포장끈으로 묶은 열쇠. 이제는 그런 집에 살지 않아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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