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놀라운 보물은 제일 싱거운 곳에 숨기는 것이 보물찾기의 정석이다. 그 원칙을 따라 보물을 찾는다. 잔디가 잘 자란 왕릉을 두른 울타리는 전통적인 자주색으로 칠해져 있었다. 성냥 머리같은 흙색보다 붉은색이 연두색 바탕에 가늘어도 잘 보이는 원을 그렸다. 길에는 자잘한 돌 알갱이들이 수없이 밟혔다.
조금 더 올라가면 수집목록 1번 폭포가 있다. 3번까지밖에 없는 그 목록은 모은다고는 했지만 멈춰 있었다. 첫번째 폭포가 꼽힌 이래 3번까지 후보를 예의상 남겨 두었을 뿐, 1번 폭포가 목록을 존재하게 하고 있었다. 도전자를 받지 않는 그 폭포는 1997년 10월 단풍은 볼 수 없는 아직 잎이 많은 어느 날 이래 이 길 끝에 있다.
빗방울이 오다말다 했다. 왜 자꾸 비가 오지? 네가 불안한듯 말했다. 나는 흐린 하늘이 좋았다. 산길을 걸으면 체온이 올라 옷 안에 새 바람을 넣어주고 싶어진다. 일부러 비구름 표시가 있는 날을 골라 왔다. 물 떨어지며 부딫히는 소리가 시끄럽게 계곡에 울려 퍼졌으면 싶다. 물방울이 곱게 부서지며 얼굴에 와닿게 되면 거대한 식물원에 심겨진 짝궁 화초처럼 한동안 있고 싶다.
비가 오면 부침개를 먹자고 해도 반대하지 않겠지. 새콤하고 찬 막걸리를 마시면서 비 냄새와 녹두 냄새를 맡으면서 네 살색이 추위에 어두워지는 걸 지켜보겠다. 손등의 핏줄이 점점 퍼래지고 팔도 거무스름해진다. 크게 떴던 내 눈을 원래대로 하겠다. 술을 좀 마시면 좋을 텐데 너는 탄산을 마시면서 몸을 잘게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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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 수집 목록의 자연에서 결국, 기름냄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