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떡볶이 먹자" 구호를 외치며 버스 뒤편에서 가위바위보를 하고 있었지. 귀 따갑게 소리 지르고 팔다리를 앞뒤로 마구 휘둘렀어. 지는 아이 볼을 꼬집었지. 아야아야. 그 세 명의 아이는 때리는 게 즐거웠던 걸까, 맞는 게 즐거웠던 걸까? 바로 옆편에는 젊은 엄마 두 명, 앞편에는 내 무뚝뚝한 촌스러운 얼굴 하나. 그때 이 시가 떠올랐지.
2.
흰 벽
이기인
공장과 공장 사이에 있는 화장실
흰 문짝은 오랫동안 페인트를 벗으면서, 깨알 같은 글씨를 토해내고야 말았다
똥을 싸면서도 뭔가를 열심히 읽고 싶었던 이 못난 필적은 필시
쾌활한 자지를 바나나처럼 그려놓고 슬펐을 것이다
작업복을 벗고 자지를 타고 올라가 그 바나나를 하나 따다, 미끄러졌다
위험한 기계를 움직이는 몸에서는 주기적으로 뭉친 피가 흘러나왔을 것이다
가려운 벽을 긁었던 소녀의 머리 핀은 은밀한 필기구
잔업이 끝나고 처음 만난 기계와 잠을 잤다
기계의 몸은 수천 개의 부품들로 이뤄진 성감대를 갖고 있었다
기계가 나를 핥아주었다, 나도 기계를 핥아먹었다, 쇳가루가 혀에 묻어서 참지 못하고 뱉어냈다,
기계가 나에게 야만스럽게 사정을 한다고, 볼트와 너트를 조여달라고 했다
공장 후문에 모인 소녀들
붉은 떡볶이를 자주 사먹는 것은 뜨거운 눈물이 흐를까 싶어서이다
아니다, 새로 들어온 기계와 사귀면서부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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