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경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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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의 이른 아침은 언제나 나에겐 무료하다. 바쁜 주중엔 산더미 같은 일과 하루 종일 씨름
해야 했기에 머리속 공허함을 어느 정도 달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한산한 날에는 그 무엇도
나를 괴롭히지 않는다. 그 무엇도. 심지어 택배도 오지 않고, 이웃집 할머니가 새로 한 떡을
먹어보라고 강요하지 않으며, 윗집 강아지도 이 날만은 조용하다. 어쩐 일인지 나 또한 그런
고요함에 익숙해져 가고 있다. 아니 익숙해진다라기 보단 순응한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하루 종일 환기를 안 해서 그런지 집안 공기가 쾌쾌하다. 추위를 잘 타는 나는 창문을 잘
열지 않는 편이지만, 결국엔 집 안 모든 창문을 활짝 열었다(주방 쪽에서 청국장 썩는 냄새가
났다). 어딘가에서 시작된 가을 바람이 집 안 가득 퍼져나갔다. 나는 그 부드러움에 잠시
눈을 감았다. 아무 생각도 하지 않은 채 한참동안 소파에 앉아 눈을 감고 있었다. 무료한 건
싫지만 여유는 전혀 싫지 않았다. 이 쯤에서 곱씹어보는데, 나는 굉장히 까다로운 성격이구나.
비슷한 성질의 개념들에서 미세한 차이점마저 감지하여 그것을 판단한다. 그래서 나는 지인이
많이 없는 편일 수도 있다. 이렇게 까다로운 인간을 좋아할 만한 사람은 세상에 그리 많지
않다. 한심하다. 나를 개조하고 개조해도 처음으로 돌아가 버린다. 어쩌면 무료함을 싫어하는
이유도 극심한 외로움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르리라.
커피를 탈 물을 끓이면서, 그 부글부글하는 소리에 어떠한 패턴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처음에 물을 긁는 소리가 서서히 번져가며, 그것은 결국 합일점에 도달해 괴이한 패턴을 만든다. 정확히 2분 뒤엔 딸깍 소리가 나며 그 오케스트라에 장엄한 피날레를 장식해준다.
하지만 거기서 뽀글대는 소리는 끝나지 않고 계속 내 귀를 자극한다. 마치 나의 성격을 보는
것 같아 실소가 나온다. 너희도 내 뱃속에 들어갈 운명이 탐탁지 않은 거지, 그치?
싸구려 믹스 커피를 홀짝이며, 막 산등성이를 넘어 온 햇살을 찡그리며 바라본다. 오늘
하루는 왠지 모르게 잘 풀릴 것 같았다. 운이 정말 좋으면, 평일의 패턴을 그대로 답습할
지도 모르지. 세상은 항상 내가 생각하는 것과 반대로 흘러간다. 인생의 진리일까? 시계를
본다. 하지만 보이는 세상은 지루할 만큼 평온하게 앞으로 흘러간다. 오늘만은 시계침을 끝없이 끝없이 반대로 돌리고만 싶다.
어느새 햇발은 온 거리를 칠하고 이름 모를 잡새들이 짹짹대기 시작했다. 오랫동안 햇살을
쳐다봤더니 눈 앞에 암갈색 페인트를 뿌려댄 것처럼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가슴을 쭉 폈다.
시원한 두둑 소리가 전신에 가득할 즈음에 나는 여느 때와 다른 모습으로 거실을 걸어가는 중이다.
분위기와 동떨어진 단어들 기괴, 개조 이런 단어가 좀 거슬려요
자의식 과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