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가 울렸다. 02로 시작하는 전화번호가 휴대폰 액정에 떴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바쁘신데 죄송하지만 잠시 시간을 내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휴대폰에서는 여자 목소리와 함께 소음이 섞여 들려왔다. 마치 주말 백화점처럼 시끄럽지만 그곳에 있는 여직원들은 여전히 단정한 목소리을 유지하는 것과 같이. "현 정치에 대한 국민의 여론을 물으려고 하는데요, 혹시 사는 곳이 어떻게 되세요? 그러니까 서울, 부산, 인천, 이런 식으로요" 여자의 목소리는 점점 빨라졌다. 시간에 쫓기는듯 했다. "부산요." "그러면 연령층은 어떻게 되세요?" "아...... 23살이요" 나는 핸드폰 스피커를 통해 넘어오는 귀 아픈 소음들이가 싫었다. 여자의 목소리는 자꾸 허공에서 분해되는 것처럼 먹먹하게 들렸다. 끊을까. 아냐. 끊을까...... 아냐. "네, 그러면 혹시 현 박근혜 대통령에 대...... 아 죄송합니다." 잠시 정적. "설문 뭐가뭐가 끝났네요. 시간 뺏어서 죄송합니다." 나는 그 여자가 무슨 말을 했는지도 잘 모르겠다. 소음에 섞여서 계속 빨라지던 목소리는, 마침내 파국에 다다라서 뚜렷한 결말도 없이 폭발해버렸다. 여자는 먼저 전화를 끊었다. 묻겠다는 사람의 물음은 없어졌고, 대답하겠다는 사람의 대답도 없어졌다. 이게 뭔지.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