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는 그의 친구인 B로부터 사기를 당해 비참한 죽음을 맞이한다. 분명 A는 자신의 친규를 믿지 말아야 했다. 하지만 친구조차 신뢰할 수 없다면 사실상 우리는 아무도 신뢰할 수 없다. 더 나아가 인간 전반을 신뢰할 수 없다면 사실상 우리는 세계에 대한 신뢰, 신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린 것이나 마찬가지다. 피조물을 믿지 못한다는 말은 결국 창조자를 믿지 못한다는 뜻이니까 말이다.
인간에 대한 불신과 무신론은 밀접히 연관돼 있다. 둘은 사실 같은 뿌리를 공유하고 있다. 세계주의자가 지적하듯이 무신론자는 "사랑이라는 원칙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음을 보지 못하는 보려고 하지 않는" 사람이며 인간을 불신하는 자는 "친절이라는 원칙이 인간을 지배하고 있음을 보지 못하는 혹은 보려도 하지 않는" 사람이다. "어느 쪽이든 악은 신뢰의 결핍에 있다." 물론 우리가 아무도 믿을 수 없다면 세계주의자 역시 믿을 수 없다. 특리 세계주의자가 사기꾼의 여러 모습 중 하나라면 더더욱 믿을 수 없다. 사기꾼이 우리를 속이려면 반드시 우리가 그를 믿게 만들어야 하므로 믿음을 찬양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신뢰가 부족하면 속아 넘어갈 확률이 줄어들 텐데 어째서 신뢰의 결핍이 악이라는 말인가? 다른 한편으로 우리가 믿음이 없다면 우리는 무엇일까? 믿음을 빼놓고 '좋은' 인간의 삶을 상상할 수 있을까? 믿음이 완전히 혹은 상당히 결여된 삶은 살 만한 가치가 있는 삶이 아닌 것 같다.
세계주의자는 또다시 이렇게 말한다. "신뢰가 없는 여행자는 얼마나 끔찍한 의심에 시달리겠는가." 따라서 우리는 신뢰를 할수도 해서도 안 되지만(그랬다가는 분명 속아 넘어갈 것이다) 삶을 잘 살기 위해서는 신뢰를 '해야만' 한다.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 dc official App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