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는 존재자들의 영토가 아니다(지속되지도 않고 아름답지도 않다). 우주는 차라리 존재자 간의 영원한 분쟁 지대이다.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한때의 점령군이거나 영원한 패잔병일 뿐이다. 어떤 존재는 이 우주 안에서 죽을(자살할) 권리마저 박탈당한다.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하는 삶이란 곧 저주(신탁)의 다른 말이다. 그럼에도 운명을 긍정하라고? 운명론자가 자신이 내뱉는 언어의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진지하게 여겨지지 않는 까닭은 그 역시 흔해빠진 낙관론자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끝끝내 이 우주를 벗어나야 한다. 적어도 나 만큼은 깨끗하게 사라지고 싶다. 나의 잘난체했던 지난 흔적들은 이 밤 거리에 나뒹구는 개와 고양이의 배설물만도 못하다. 필요한 것은 영원한 죽음이고 끝끝내 닿을 곤은 아예 없음 뿐이다. 너와 내가 사라진 영연한 평등, 평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