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형들
이십대 중반 무지렁이입니다
저에게는 수년 전 학창시절에 정말 믿고 의지했던 사람에게 큰 배신을 당하고 생긴 강박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광적으로 타인을 알고 싶어하는 겁니다
모두에게 그런 것은 아니고 연인이나 친구처럼 사적으로 관계를 지속할 사람들에게 그럽니다
인간이 타인에게 보이는 모습은 모두 가면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 가면 뒤에 있는 그 사람의 속마음, 치부 하나하나 낱낱이 파헤치고 그 사람을 온전히 이해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인간이 생각하는 타인의 모습은 그 인간의 생각 속에서 만들어진, 실제 그 대상과 어느정도 유사할 뿐 동떨어진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저 자신이 타인이 되어보지 못하기 때문에 결국 인간은 타인을 절대 절대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제가 도달할 수 있는 어느 지점까지라도 타인을 알려고 합니다
그 사람의 언행을 분석하고 가치관을 나누면서 제가 알고있는 타인의 해상도를 높이려고 합니다
근데 그러면 그럴수록 타인과 더욱 멀어진다는 느낌만 듭니다
누구에게나 파면 팔수록 절대 무너지지 않는(타인에게 공개하지 않는) 혼자만의 생각이 있음을 느끼게 됩니다
물론 저 자신도 그렇고요
타인의 심리적 장벽이 높은만큼 자신의 심리적 장벽도 높아서 타인을 받아들이기가 어렵습니다
일상생활이 어려운 것은 아닙니다
그냥 사람들이랑 놀 땐 잘 놀고 사회생활이 어려웠던 적은 한번도 없습니다
군대에서도 대인관계가 좋았고 아직도 선후임들이랑 잘 연락하고 지냅니다
근데 마음 속에 이런 생각이 있어서, 마음의 장벽이 두터워서 저 자신이 엄청 두꺼운 가면을 쓰고 살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연애를 할 때도 저는 이 사람과 어떤 형태로든 몇년의 교류를 가지고
서로에 대해 충분히 알고 시작해야한다는 강박이 있어서 사람을 만나기가 어렵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친구들과 나눌 때면
남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것까지는 모두가 동의하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그렇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수많은 가짜 관계를 만들다 얻게되는 소수의 좋은 관계로 살아간다는 것이(그것이 가짜일지라도) 친구들의 생각입니다
결국 그 사실을 받아들이고 살아가느냐
아니면 끝없이 저항하고 몸부림치느냐의 싸움인데
저는 이미 너무 강한 강박에 사로잡혀서 전자의 사고가 작동하지 않습니다
그저 회피의 한가지 방법일 뿐, 본질을 마주하게 되면 무너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서도 해결 방법을 찾아낼 수 없는 자신이 원망스러울 뿐입니다
저는 인문학? 철학 쪽으로는 완전히 문외한입니다
그래서 저의 이런 생각과 유사하거나, 완전히 반대의 입장에 있는 사상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인간관계에 대해서 좀 더 전문적이고 깊은 생각을 가지고 싶습니다
그러면 저의 생각도 크게 바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니까요
도움을 구합니다.
본인을 파헤쳐보신적은 있나요? 평소 불현듯 떠오르는 감정, 생각, 습관... 그 이면에 존재하는 것들 등등. 그런 부분에서 어느정도까지 가보신다면 관련한 고민에 대해 나름의 결론(미봉책이어도)이 서시지 않을까 싶네요.
왜냐면 철학이라는 건 표면적으로는 불규칙하거나 혼란스러워보여도 이 세계를 관통하는 어떤 보편적인 진실을 직면하고 이해하는 것이거든요. 인간 역시도 그런 범주에서 관통되는 존재이구요. 가장 개인적인 것을 파고들수록 역설적으로 가장 보편적이고 원형적인 진실을 알게 되는 것이 철학이라고 생각해요. 마치 프랙탈처럼요.
그건 님 탓임 친구랑 존나 긴밀하면 오히려 독이 됨 적당히 거리둬야지 - dc App
레비나스 ㄱㄱ
스스로를 이해하기도 어려운게 인간인데, 어찌 타인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까요? 그저 다시 배신을 당하더라도 괜찮다는 마음이 생기는게 하나의 해답이 될 수도 있을거 같습니다. - dc App
걍 인간관계 심리학 공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