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은 필시 지각됨에 근거가 되는 것이다. 대상이 없이는 지각됨이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상은 지각의 근원이며 지각이 본질적으로 의존해 있는 것이다. 



그런데 대상은 바로 지각되는 그것으로서 우리의 의식에 주어진다. 하늘은 우리 의식에 파란색을 지닌 것으로서의 하늘로 지각되며, 본래는 하늘이 파란색이 아닌 노란색이었거나 아예 색이 없는 것이라고 해도 그러한 사실은 결코 지각으로 주어지지(혹은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하늘은 다른 어떤 것으로서의 하늘이 아닌 바로 파란색인 것으로서의 하늘로 지각된다.



이러한 사실을 일반화해 언명하면 대상은 다른 어떠한 것으로서 주어지는 것이 아닌 바로 지각된 바로 그것으로서 주어지는 것이다. 그렇기에 지각과 무관한 대상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지각과 별도인 것을 지각한다고 말하지 않는 것이다. 



심지어 하나의 대상이 우리의 지각 바깥에 위치할 때, 그것의 성질과 형태가 늘상 지각되었던 바와 다르게 존재할 수 있고 나아가 비-존재의 상태로 전환될 수 있다 하더라도 그러한 가능성

은 지각 속의 이미 드러나고 파악된 내용 안에서 실제로 그 대상의 알려진 속성이 갑자기 변화하거나 비-존재로 전환되는 일을 통해서만이 받아들여질 수가 있다. 



예를 들어 고춧가루를 많이 첨가한 짬뽕은 항상 그것을 먹는 사람에게 하여금 강렬한 매운맛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그러한 짬뽕을 먹었을 때 매운맛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고 한다면, 실제 그런 짬뽕을 먹었을 때 매운맛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사태가 지각의 범위 안에서 확인될 수 있어야 한다.



만일 대상의 변화가 지각과 관련됨 없이 일어나고 지각된 것으로서의 대상을 벗어난 어떤 것이 대상으로부터, 대상 가운데 존재할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면 이는 고춧가루를 잔뜩 넣은 짬뽕을 먹어보지도 않고 매운맛이 전혀 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하는 것과 동일한 것이다. 



그러므로 대상의 존재는 지각을 떠나서는 결코 생각될 수 없고 지각은 대상에 본질적으로 귀속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