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서 10광년 떨어진 행성과 통신을 하고 있어요.

그 행성에서 매일 한 번씩 자신의 날짜를 디지털 신호로 바꿔 송신하고 있지요.

지구에서도 그 신호를 매일 한 번씩 받아요. 연월일은 중요하지 않아요.

매일 한 번씩이라는 사실이 중요하지요.

그 행성과 지구는 하루의 길이가 같다는 것을 말하거든요.

지구에서 받는 신호는 당연히 10년 전의 행성 날짜지요.

지구와 행성 사이에는 아직 도달하지 않은 10년의 날짜 신호들이 빼곡히 들어 있고

순차적으로 지구에 도착하고 있겠지요.


나는 이제 그 행성으로 여행을 떠나요.

가속을 해서 속도가 광속의 86.6%에 도달한 후 엔진을 끄고 등속으로 여행을 하지요.

가속하는 시간은 10년에 비해 매우 짧으니까 그 동안 전진한 거리는 무시하기로 해요.

광속 86.6%라면 지구와 행성 사이의 거리가 특수상대성 이론에 따라 반으로 줄어들지요.

그렇다면 현재 등속 여행 중인 내가 받는 행성 신호는 어느 날짜인가요?


행성과의 거리가 5광년으로 줄었으므로 5년 전 날짜라고 주장하시는 분들이 있더군요.

만일 그렇다면 내 우주선은 죽 늘어선 10년 날짜 신호의 중간지점으로 순간 이동한 것이에요.

물론 가속하는 짧은 시간 동안 날짜 신호가 10년 전에서 5년 전으로 순식간에 바뀌는 것도 경험하구요.

여행 중 갑자기 감속하여 정지할 수도 있어요. 조금 쉬어 갈려구요.

그러면 행성과의 거리가 다시 10광년으로 멀어져요.

그리고 감속하는 동안 행성 날짜가 5년 전에서 10년 전으로 빠르게 거꾸로 흘러가는 것도 보게 되지요. 이상하지 않나요?


만일 여행을 포기하고 지구로 돌아오면 그 행성의 5년 전 신호를 가지고 돌아오게 되지요.

지구에 그냥 머물고 있으면 10년 전 신호만 받을 수 있는데

마 간의 짧은 가감속 시간만 투자하면 행성의 5년 전 신호를 받게 되는 것이에요.

그야말로 초광속 통신입니다.


지구와 행성 사이의 거리가 반으로 줄어든다는 것은 그 사이의 날짜 신호들 역시 압축이 되는 것이지요.

날짜 신호들의 개수는 그대로이고 그 간격이 줄어든다고 생각하면 좋아요.

그렇다면 거리는 5광년으로 줄었지만 받는 신호는 여전히 10년전 날짜가 되겠지요.

그래야만 가속 시 순식간에 5년의 날짜가 흐르고, 심지어 감속 시 5년의 날짜가 거꾸로 흐르는 이상한 현상도 사라져요.

물론 초광속 통신이 무산되는 아쉬움은 어쩔 수 없겠지만 말이죠.


그런데 여기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심각한 딜레마에 빠지게 되요.


거리는 5광년인데 왜 10년 전의 모습이 보이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