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대학들은 향후 어떤 유형의 대학으로 발전해 나갈지, 그 재편의 판이 짜여지고 있고,

그에 맞춰 각 대학들은 혹은 어쩔수 없이 끌려가기도 하고 혹은 스스로 과감한 결단을 내려야 하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아직은 잘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 변화는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4. 사립대학, 문과 중심 vs 문이과 균형

 

원래 사립대학은 공대 쪽은 크게 투자하는 분야가 아니다.

시설이나 인프라를 갖추는데 워낙 많은 돈이 들고, 교육원가도 문과에 비해 훨씬 높으며 그 증가폭은 해마다 커지고 있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사립대라고 해서 등록금을 자율적으로 책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미국의 재정 1위는 하버드, 2위는 예일대다.

하버드는 경영학이나 법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등에 집중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특히 경영대학원의 사례연구는 유명한 것을 떠나서 미국내 경영대학원 교재의 거의 80~90%를 차지하고 있다.

Case 자료 하나 만드는데 많은 연구비를 써야 하고 하버드 이외에 다른 명문 경영대학원의 경우에도 그들의 Case 자료를 보면

스스로 만든 Case는 아주 극소수이며 소위 HBRCase 자료를 사용하고 있다.

예일대의 경우에도 로스쿨이 부동의 No.1이고 역사학이나 영문학의 명성이 매우 높다.

이들 하버드나 예일대는 공대를 그리 키우지 않는다.

 

사립대인 스탠퍼드나 MIT가 있지만 이들 대학들은 아주 예외적인 경우이다.

스탠퍼드는 거액의 기부금을 바탕으로 세워진 후 배후에 실리콘밸리라고 하는 산학연과 연구공원 등이 형성되어 있고,

이를 바탕으로 미국 최고의 공대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동부의 전통적인 아이비리그 사립대들은 지금도, 앞으로도 공대쪽은 눈을 돌리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사립대학들은 이런 장기적인 대학의 발전방향에 대한 고민없이 서울대를 따라 하거나 산업적 추세에 맞춰서 공대를 키워왔다.

그러나 이제 각 사립대학들은 향후 방향을 놓고 과감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본다.

연세대의 경우에는 매우 오래 전에 맥킨지와의 대학발전 전략에 대한 컨설팅을 통해

스탠퍼드 모델을 선택하였다.

세가지 키워드는 1) 문과와 이과의 균형적인 발전, 2) 소수가 아닌 다수의 우수학과 육성, 3) 대규모 산학연 캠퍼스 조성.

연세대가 송도캠퍼스에 대한 결단을 내린 것은 즉흥적인 판단이 아니고, 이러한 매킨지와의 컨설팅 결과에 따른

장기적인 발전전략에 따른 일환이었다.

그렇더라도 연세대는 송도캠퍼스의 발전방향을 전방위적인 것이 아닌 바이오 중심으로 좁혀서 잡고 있다.

 

아마 성대는 삼성과의 협력을 통해 수원 자연과학캠과 사이언스파크 건설을 통해 이공계에 대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고,

한양대는 오랜 공대의 전통과 산학연을 위한 에리카캠퍼스를 통해 역시 이공계에 대한 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듯 하다.

 

문제는 고대일 것이다.

내가 여러번 지적했듯이 고대는 과연 장기적인 대학의 발전방향에 대한 깊은 고민이 있는지 모르겠다.

고대는 현재 서울캠퍼스에 문과와 의료원을 제외하면 이공계 캠퍼스는 5만평이 안된다.

학과들도 이과대, 공대, 농대 등(환경생태) 등 너무 많은 분야를 망라하고 있다.

별도의 산학연캠퍼스 조성 계획도 없고, 재정이 좋은 대학도 아니다.

 

앞으로 사립대의 발전방향을 놓고 보면 가장 주목되는 곳이 고려대다.

나는 고려대가 잘 방향을 잡기를 바라지만,

방향을 잘못 잡으면 나중에 다시 돌아오기가 매우 어렵고 돌아오더라도 매우 큰 비용이 든다.

학내 구성원들간의 매우 큰 진통도 불가피할 수 있다.

....................................................................................................................................................................

 

이렇게 총 4개의 기준을 갖고 4회에 걸쳐 우리나라 대학들의 향후 재편 기준을 살펴보았다.

난 우리나라 대학들이 최소한의 비용으로 성공적인 재편과정을 마치고 경제 선진국에 걸맞는 학문적인 선진국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