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장 : 금군 도륙 — 검 하나, 천의 병(兵)을 씻다】
산동의 평야. 안개는 자욱했고, 대지는 고요했다.
그 고요를 깨뜨린 건,
황금빛 갑주를 입은 금군 1,000명의 발걸음,
그리고 그 한복판에 검 한 자루 들고 선 단 한 명의 사내.
“왜구다!”
“포위하라!”
지휘관의 외침과 함께, 금군은 사방에서 사내를 향해 몰려들었다.
그러나 그는 미동조차 없었다. 마치 산처럼.
바람이 흘렀다.
그 순간, 그의 검이 움직였다.
첫 칼 — ‘무명일섬(無明一閃)’
보지 못했다.
아니, 본 자는 죽었고, 산 자는 보지 못했다.
검은 좌에서 우로, 곡선도 직선도 아닌 궤도를 그으며 스쳤다.
앞줄의 금군 스무 명이 동시에 쓰러졌다.
몸과 갑옷은 베이지 않았는데, 목이 떨어졌다.
“저건… 초식이 아니다.”
“검이 아니라… 의지로 죽였다!”
두 번째 칼 — ‘참천(斬天)’
기병대가 달려든다. 창은 번개처럼, 말발굽은 천둥처럼 울린다.
사내는 검을 하늘로 올렸다.
그리고… 수직으로 내리쳤다.
그는 단지 땅을 벴을 뿐인데,
그 순간 대지가 갈라졌고,
기병대는 균열에 빨려들며 말과 함께 삼켜졌다.
검기는 아니었다.
그것은 중력을 거스른 검술이었다.
세 번째 칼 — ‘지환섬(指環閃)’
후방을 포위한 궁수들이 일제히 활을 당겼다.
천 개의 화살이 밤하늘을 가른다.
그는 검을 돌렸다. 손가락으로.
마치 반지를 돌리듯, 가볍게.
휘리릭.
그 한 바퀴에,
검기 수백이 튕겨 나가 하늘을 찢었고,
화살은 공중에서 산산조각이 났다.
궁수들은 스스로의 화살 파편에 찔려 죽었다.
마지막 칼 — ‘절공참(絶空斬)’
지휘관은 참지 못하고 외쳤다.
“무기를 버리고 항복하면 살려주겠다!!”
그 말에 그는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하늘이 널 살려줄 거라 믿지 마라.”
그는 검을 칼집에 넣었다.
그리고…
그 상태로 허공을 향해 베었다.
검이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나 하늘이 쪼개졌다.
수천 조각의 진공의 칼날이 퍼져나갔다.
순간, 병사들의 눈은 터졌고,
심장은 내부에서부터 으스러졌으며,
육신은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무너졌다.
그 자리에 서 있는 건 단 한 명.
바람에 검 끝이 잠시 흔들렸고,
그 위에 단 한 줄기 피가 스쳤다.
“천은 죽고, 검은 산다.”
그날 이후, 중원은 전설을 하나 더 품게 되었다.
‘한 자루 검이 천 군을 삼켰다’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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