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가끔 귀신을 보기도 하고, 신끼가 좀 있지만
주위 사람 대부분은 그 사실을 잘모르는, 겉으로 보기엔 평범한 그런 고등학생이다.

비가 조금씩 내리던 날 밤, 난 조금은 인적이 드문곳에 있는 집에 가기 위해 버스를 탔다.
요금을 내고 앉을 자리를 두리번 두리번 거리고 있을 즈음 누군가 나에게 아는척을 한다.
친구였다..고등학교 친구, 3~4명정도였다. 놀랍고 반가운 마음에 인사를 한다.
그러자 안그래도 너에게 할말이 있었다며, 지금 너희집에 가던 길이였다고 한다.
난 허허 웃으며 무슨 얘기길래..이렇게 여럿이서 오냐고 말하니, 친구들의 표정은 사뭇 어두워지고 진지해지기 시작했다.
그 이야기를 들어보니 요약하면 대충 이랬다.

평소에 겁이 좀 많은 순수한 친구가 한명 있었는데, 몇일전에 그 친구가 갑자기 원인모를 사인으로 죽었다는 것이다. 
그것도 사지가 온통 다 비틀려서..근데 충격적인건 그 원인모를 죽음을 맞이하기 몇일전부터 
그 친구가 자기들한테 "(내 이름)이가 내가 귀신한테 조만간 죽을꺼래 ㅋㅋ" 하면서 농담삼아 얘기를 하더라는 것이다..
그리곤 죽던 그날 밤.. 늘 농담삼아 하던 그 얘기를, 그날따라 진지하게 무언가에 시달리는것처럼 무서워하면서 하더라는것이다..

그 얘기 듣는순간 난 머리에 커다란 철퇴를 맞은것처럼 띵..해 졌다. 
그리곤 문뜩 얼마전에 있었던 일 하나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평소에 겁이 많던 그 친구와 난, 단 둘이서 학교를 마치고 걸어가던 하교길이였다.
이런 저런 시덥지 않은 농담을 주고받다가, 문뜩 그 친구가 나에게 "너 미래를 점 칠줄 알아?" 라며 물었다.
(내가 이 친구에겐 내가 귀신을 본다는 소리를 농담삼아 몇번 내뱉었던적이 있었다.)
뭐 대충 볼 줄 알지~(사실 그런거 모른다. 난 무속에 대한 지식도, 정보도 없는 그냥 좀 이상한 능력이 있는 정도의 아이였다.) 
하며 조금은 으스대며 말했다. 
그랬더니 그 친구가 나에게 자기가 훗날 어떻게 죽는지 알려달라고 한다. 너무 뜬금없는 얘기에 난 헛웃음을 친다.
가벼운 농담이라 여긴 난 그냥 흘려 듣곤 딴 얘기를 할려고 하는데, 그 순간 눈 앞에 뭔가 무시무시한 형체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곤 나도 모르게..."넌 귀신한테 죽을꺼야...곧" 이런 말을 내뱉어 버렸다. 
그 친구는 순간 무척 놀란듯 당황했다. 근데 금세 농담이라 여기곤 툭툭 치면서 장난치지 말라고 해버린다. 
여기까지가 내가 그 친구와 있었던 마지막의 일이였다..

회상이 끝나고 다시 버스 안,
내가 죽인것이다..내가 죽인것이다..이런 생각이 머리속을 온통 가득 메운다.. 
한편으론 무언가 알 수 없는 엄청난 공포가 날 휩싸이게 만든다.. 한동안을 그렇게 있다가, 
친구들과 버스에 내리곤, 난 미안하다며 집을 향해 죽어라 달린다. 
친구들이 날 부름에도 난 뒤도 돌아보지 않고 허겁지겁 도망치듯 집으로 뛰어갔다.

밤 11시가 조금 넘은 시각,
인적이 드문 골목길을 지나고 또 지나, 조금은 숲이 우거진 나의 집에 도착한다.
집으로 오는길 내내 무언가 알 수 없는 공포감과 죄책감, 
그리고 누군가 쫓아오는듯한 이상한 기분이 들어 미친듯이 뛰고 또 뛰어 도착했다.
땀을 뻘뻘 흘리며 집에 들어서니 어머니 아버지가 다 계신다. 부모님은 무슨일 있었냐며 걱정하신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난 나에게 있었던 일을 다 말씀드려야할꺼 같단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굿이든 뭐든 무속인을 불러서 해결해야될꺼 같단 생각이 들었다. 당장.

거실에서 부모님께 나에게 있었던 일들을 하나씩 하나씩 다 털어놓기 시작했다.
아버지는 원래 그런것을 전혀 믿지 않으시는 조금은 보수적이신분이라 그냥 듣기만 하셨다.
어머니는 진지하신듯 크게 걱정하시며 들어주신다. 
그리고는 오늘은 늦었으니 내일이라도 당장 무속인을 불러서 해결하자는식으로 말씀하신다. 
그렇게 한창 얘기를 하고 있을 즈음, 갑자기 집안에 무언가 알 수 없는 공포가 미친듯이 엄습해온다..
그리곤 하나 둘 형체를 알 수 없는 그림자 같은것들이 내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그러더니 갑자기 현관문 쪽에서 일그러진 커다란 얼굴 형체가 나에게 다가오기 시작한다. 

난 놀라 비명을 지르며 "저..저기 귀신"이라 외친다. 
부모님은 왜 그러냐며 말려보지만 내 눈엔 똑똑히 보인다.. 
난 당장 주방으로 달려가 팥을 찾아 있는대로 다 담아 들고와선 미친듯이 던져본다 .
귀신이 팥을 무서워한단 얘기는 거짓말이였나보다.. 그 일그러진 얼굴은 점점 더 선명해지고 나에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그 형체가 얼마전에 죽은 그 친구의 얼굴과 비슷해보인다.. 난 소스라치게 놀라 그 자리에 주저 앉았다.
그리고 그 순간, 공포영화에서나 있을만한 정전이 일어난다.. 아무것도 잘 보이지 않는다..
부모님은 내 이름을 부르시며 손을 꼭 잡았다..
집안을 온통 휩싼 그 알 수 없는 존재들과 공포감이.. 무속이나 퇴마에 대한 정보도, 지식도, 아무것도 없는 나도 
이것은 보통 귀신의 장난정도가 아니구나..무속인이 와서 될 문제가 아니구나..라는것을 본능적으로 느꼈다.

공포에 떨며 팥만 미친듯이 뿌려대고 있던 나..그 때, 옆에 계신 아버지가 비명을 지르시면서 무언가에 끌려 나간다.
난...아버지를 부르며 소리만 지르고 그 자리에 움직일 수 없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무서웠으니까..
그리곤 바로 어머니도 비명을 지르시며 무언가에 끌려나갔다.
구해야겠다는 생각은 미친듯이 떠오르지만 몸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는다...이대로 그냥 그냥..죽었으면 좋겠단 심정이 든다.
소파 옆에 움크려서 벌벌 떨며 이젠 정말 끝이구나, 난 귀신한테 사지가 비틀려 죽는구나..생각하며 
난 죽음이란 극한의 공포에 치닫았다.. 그렇게 한 10분쯤 지났을까.
희미..하게 내 이름을 부르는듯한 소리가 들린다. "OO아..OO아"
그러곤 현관에서 불빛 하나가 보인다..난 여전히 꼼짝도 하지 않는다.. 그러곤 조금 뒤, 문이 열린다.
친구들이였다.. 한 손엔 손전등을 들고 내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난 오직 살고 싶다는 그 생각 하나만으로 그 친구들에게 달려갔고, 그 친구들은 아무 영문도 모른채, 
그렇게 거실에서 아침 날이 밝을 때까지 함께 있어주었다.. 

아침 날이 밝았다..그제서야 난 조금씩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고 친구들에게 조금씩 자초지종 털어놓기 시작했다.
그리곤 그제서야 난, 부모님 걱정에 허겁지겁 친구들과 부모님을 찾기 시작했다.
우리집 뒷..대나무 숲이 우거진 담 옆에서 부모님을 찾았다..
무언가 알 수 없는 공포감에 질리신 눈과, 사지는 온통 비틀어진채로 있었다..
당신의 입은, 나에게 무언가 할말이 있는것처럼 절규하듯 벌리신 채로..
난 그자리에 주저앉아 펑펑 울며 통곡했다.. 죄책감..두려움..분노..이 여러가지 감정들이 복잡하게 나를 괴롭혔다..
그런데도 웃긴건 치밀고 또 치밀어야할 분노보다 두려운 공포감이 아직도 더 크다는 것이였다..
난 어떻게든 이 일을 해결해야만 한다는걸 느꼈다..또한 살고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한시라도 빨리 무언가 방법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밤이 되면 이번엔 정말 난 죽을것이단 생각이 들었다..
친구들에게 얘길하고 난 허겁지겁 길을 떠났다. 한시라도 지체해선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아주 유명한 무속인을 찾고 있었다. 그냥 그런 무속인 말고..아주 유능한..그런 퇴마사나 무속인을 찾고 있었다.
반나절을 그렇게 찾고 또 찾아 꽤 유명하다고 소문이 파다한 무속인 집에 도착했다.
대문을 열고 안에 들어서려는데 어떤 체격이 좋은 아주머니 한분이 마치 기다리셨다는듯 입구에 서 계신다.
그리곤 눈을 부릅뜨곤 나에게 호통을 치신다 "썩 물러가라!! 여기가 어디라고 감히 들어오는것이야!!!" 
그 부릅 뜬 눈이며 표정이며 말투며 호통치는 목소리에 너무 놀라 난 그자리에 주저 앉는다.
그리곤 이분은 무언가..다 알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난 펑펑 울면서 빌고 빌었다 제발 좀 살려달라고..
그러나 그런건 전혀 아랑곳하지 않으시고 계속 호통을 치신다. 한참을 호통을 치시곤 그냥 그렇게 집으로 들어가버리셨다.
난 한참을 거기에 주저 앉아 울고 불고 빌고 또 빌었다.. 

한.. 두시간쯤 지났을까..어느덧 해는 뉘엿뉘엿 넘어가고 시계는 5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문을 열고 그 무속인 아주머니가 다시 나오신다. 
그리곤 또 호통을 치시더니 정말 안되겠다는식의 표정을 지으시고는 일단 들어오라고 하신다.
집안을 들어서니 밖에선 일반 가정집처럼 보였는데, 안은 조금 넓은 법당처럼 되어 있었다.

그 무속인 아주머니는 아무말도 하지 않으신 채 벽에다 무언가를 계속 붙이고 계셨다. 자세히 보니 부적인거 같았다.
그렇게 한동안 온 사방에 부적을 덕지덕지 붙이시더니, 그제서야 한마디 하신다. "저기 앉거라"
난 시키는대로 법당 가운데 앉았다.. 그리고 무속인 아주머니도 법당 불상 바로 앞에 앉으셨다.
그리곤 나에게 종이 쪽지를 하나 주면서 "이 사람을 찾아 가보거라, 이분이면 어떻게 해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라고 하신다.
난 그 쪽지를 받아들곤, 쪽지를 보니 무언가..명함 같이 생겼는데 절 이름 같은것이 쓰여져 있고 주소가 쓰여져 있었다.
그리곤 무속인 아주머니가 말씀하신다."일단 오늘은 자고 가거라. 나가봤자 개죽음만 당할테니" 라고. 
그러시면서 법당 모서리쯤에 있는 문을 열어 작은 방을 하나 내어주신다. 사람 한 둘이 겨우 누을 수 있을 정도의 작은방이였다.
그렇게 방을 내어주시곤 그 무속인 아주머니는 불상 밑에 앉아 무언가 알 수 없는 주문 같은걸 계속 외우시기 시작하셨다. 
난 속으로 엄청 감사함을 느꼈다..살려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한데 자고 갈 수 있게 해준다는 사실이 너무 감사했다.
그리고는 이곳이라면 안전하지 않을까..하는 안도감 때문일까, 어제 공포에 질려 뜬 눈으로 밤을 지샌 탓일까,
난 금세 깊은 잠에 빠져 골아떨어지기 시작했다.

얼마나 잤을까? 잠결에 문 넘어 법당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요란하다..느껴 눈을 떴다. 시계를 보니 새벽 2시 반.
무슨 소리인지 자세히 들어보니 무언가 호통을 치는 소리 같았다. 더 자세히 들어보니 그 무속인 아주머니가
아까 낮에 나에게 했던 그 말을 그대로 하고 있는거 같았다. "썩 물러가라!! 여기가 어디라고 감히 들어오는것이야!".
마치 누군가와 싸우고 있는듯하게 계속 호통을 쳐대고 계셨다.. 순간 난 다시 공포감에 휩싸이기 시작했고,
정말 살짝.. 소리없이 문을 조금 열어 그 틈 사이로 법당을 쳐다 보았다.

그 무속인 아주머니는 아직도 그 불상 아래에 앉아 계셨다. 그리고 무슨일인지 식은 땀을 뻘뻘 흘리고 계셨다.
그리곤 바로 앞에 무언가와 대화를 하듯이 계속 호통을 쳐대고 계셨다.
난 그 모습이 너무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또 그 알 수 없는 '무언가' 가 다시 나타난 것이라 생각했다.
무속인 아주머니는 한참을 그렇게 호통을 치시더니 갑자기 아무말도 하지 않으셨다.
그렇게 5분..? 10분..? 아무말 없이 가만히만 계시더니, 
갑자기 고개를 돌려 내쪽을 쳐다본다. 그 무속인 아주머니와 난 눈이 마주쳤다. 
근데 그 무속인 아주머니의 일그러진 얼굴이며, 흐트러진 눈동자며, 기분 나쁜 표정이며
순간 난, 그분이 무언가에 씌였구나 하는것을 직감했다. 
그렇게 놀라는 것도 잠시, 그 무속인 아주머니가 벌떡 일어나더니 나에게 미친듯이 달려오기 시작했다. 
난 소스라치게 놀라 그 자리에서 뒤로 자빠질 뻔 했지만, 정말 죽을 힘을 다해 방문을 닫고 잠궜다.
그러자 문을 쾅쾅 부서질듯 쳐대기 시작한다. 알 수 없는 소리와 괴음을 내면서.. 
이상한건 분명 아까 낮에 들었던 무속인 아주머니의 목소리가 아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