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동생은 PTSD 환자다.
요즘엔 일반 사람들도 상식처럼 알고있는 병인데, 이게 심하면 얼마나 무서운지는 모르는 눈치다.

지금부터 할 이야기는 극도의 PTSD가 내 동생에게, 아니 그 이전에 인간에게 어디까지 영향을 주느냐에 대한 것이다.


내 동생이 어렸을적에 나와 그 아이는 시골로 내려가서 잠시 살게되었다.
어머니의 겨드랑이에 있는 임파선 혹을 제거하는 큰 수술때문에 우릴 제대로 보호해줄 사람은 할머니 할아버지밖에 없었던 것이다.
내 동생은 당시 6살로, 할말 다 할줄 알고 시키는 말은 제대로 들어먹는 평범한 아이였다.
난 연년생으로 7살이었다.

또래의 모든 아이들이 그러하듯, 내 동생은 벌레를 싫어했다.
그중에서도 돈벌레라고 불리는 그리마를 굉장히 싫어했는데, 그 정도가 너무 심한정도는 아니었다.
그냥 그리마가 나타나면

 '할머니! 돈벌레!' 할정도였다.

그 점은 나도 마찬가지였고 그깟 벌레 몇마리쯤은 평화롭고 행복한 일상에 어떤 반향도 불러일으키지 않았다. 

할아버지가 시장에서 벌레약을 사오기 전까지만 해도 말이다.

집에 돌아오신 할아버지는 어느때보다 뿌듯한 표정으로 우릴 내려다보셨다.

간식거리가 들어있을까 싶어 고갤 갸우뚱거리는 우리 형제에게, 할아버지는 검은 비닐봉투를 펼쳐 내용물을 보여주셨다.
속에 들어있던 것은 개미약이었다.

그때 처음 봤던 개미약은 갈색을 띄는 작은 약덩어리처럼 보였다.
이것이 가진 효과에 대해 일장연설을 하신 할아버지는 우리 형제를 위해 곳곳에 약들을 뿌려놓으셨다.
비록 맛있는 간식거리는 아니었지만, 더이상 벌레를 보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기분은 좋았다.


다음날 일어나보니, 방 구석에 그리마들이 많이 있었다.
다들 불에 탄것처럼 쪼그라들어 있었고 그 갯수가 6마리를 훌쩍 넘었다.
내 동생은 무척 신기해하며 그쪽으로 다가갔다.
왠지 혐오감을 잔뜩 느낀 나는 그러지 말라고 동생을 말렸다.
그러나 그 아이는 별 생각없이 휴지를 배배 꼬아서 막대처럼 만들더니, 다시 벌레쪽으로 아장아장 걸어갔다.

"하지 말라니까!"

"형아 다 죽었어."

이불을 목까지 끌어덮고 큰 소리로 말렸지만, 자기가 할것이라고 마음먹은것은 뭐든지 해내는 동생을 막을 순 없었다.


그는 점점 한발자국씩 벌레들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눈을 부릅뜨고 벌레들을 바라보던 중, 한마리가 희미하게 다리를 떠는것 알아보았다.

입을 열어 다시한번 경고했지만 역시 이번에도 들은체도 하지 않았다.

동생은 말 그대로 팔만 뻗으면 닿을 거리에 쭈그려 앉아있었다.

이윽고 동생이 휴지 끝으로 가운데의 벌레를 건드린 순간











건드린 벌레가 시작으로,연쇄적으로 모든 그리마들이 온몸을 배배 꼬며 뒤틀었다.
마치 가스실에서 죽어가는 사람처럼 마구 발버둥을 치고있었다.
아니, 청산가리를 먹은사람이 목을 부여잡고 신음하는 모습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불 구덩이 속에서 타죽는 사람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난 그것들의 끔찍한 무도에 얼어붙어서 아무말을 못했고, 동생은 겁먹은 표정으로 뒤로 주저앉았다.

몇초가 지나갔지만 그 시간이 마치 몇분처럼 느껴졌다.



동생이 소리를 지르려 입을 여는 그 순간

그리마 몇마리가 벌떡 몸을 일으키더니 동생쪽으로 질주했다.
햇빛이 잔뜩 비치는곳에 있었던 그리마들이 동생의 그림자에 숨기위해 일제히 달려든것이다.

어린아이의 것이라고는 믿을수 없이 큰 소리가 방 열쇠구멍을 비집고 나와 온 집안을 뒤흔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