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3학년때의 일이다

사귀던 후배가 아는 친구가 이번에 공연한다고 같이보러가자고 했었다

어릴 때부터 워낙 무서운걸 싫어했던터라

여자친구와 영화를 볼때도 무서운걸 피하곤했었지만

남자가 겁많다는 소리 듣기싫어서 티안내고 자연스레 다른걸 보거나 했던터라

여자친구는 내가 그런 걸 싫어한다는 것을 몰랐다

어쨋거나 여친의 친구의 공연

공포극이라고 했다

왠지모를 쎄한 느낌, 불안감이 엄습했지만

고작 대학생들 연극이 무서워봤자 얼마나 무서울까

하는 생각으로 쿨하게 승낙했었다


솔직히 별로였다

대충 줄거리가 싫은 친구에게 저주하는 내용으로 어쩌구저쩌구

인형에 쌀과 바늘 머리카락 뭐뭐 넣고 선물해서

결국 친구는 죽고 자기도 죽는 얘기였는데

세트도 너무 빈약하고 무대음향시설도 조악해서  

독백같은 주요대사도 안들리다시피 했다


처음 긴장과는 달리 너무 별거 없었기에 나는 여유를 갖고

여자친구와 서로 피식 웃으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막이 내리고

여자친구의 친구에게 인사하러 대기실에 들렀다가

정말 말도 안되는 전개로 뒷풀이에 합석하게 되었다


술이 들어가자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게 되었고

어색했던 분위기도 술을 주거니받거니하면서 좀달아올랐다



술자리가 막바지에 이르렀을때

아쉬운사람은 동방에서 한잔씩 더하자는 얘기가 나왔고

눈치없는 나는 거기까지 따라가게된다

연극동아리 부장?으로 기억하는데

마침 동갑이라 말을 트게 되었었고

군대도 가까운 곳에서 나왔기에 나름 친해졌던

그 술자리한정이긴 했지만

무튼 그놈의 강권이 있었기 때문이다

관중과의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나?



동방에 가서 들은 말로는

오늘연극이 아는 점집에서 주워들은 실화를 바탕으로하되

그냥 꾸미면 밋밋할까 싶어

당시 유행하던 나혼숨에서 인형을 따오고 이래저래 믹스했단다





술이 웬수다

나는 그자리에서 평소엔 절대로 하지않았을 행동을 하게된다

소품중에 인형을 꺼낸 뒤

배속을 뒤집어 깐다

생쌀과 머리카락이 떨어져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