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은 앉은걸음으로 뒷걸음을 쳤지만, 그리마들이 그것보다 몇배는 빨랐다.
그 아이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벌레를 발로 밀어내면서 미친듯이 소리질렀다.
한번 밀려난 벌레들은 수십개의 다리를 허우적거리며 원형으로 기어다니다가 다시금 달려왔고, 방금 전의 행동을 반복하는 동생의 비명소리는 몇십초동안 계속되었다.
흡사 불에 뛰어드는 날벌레처럼 그리마들의 공격은 집요했고, 난 그저 이불을 코까지 끌어올린채 몸을 움츠렸다. 
1분도 채 안되는 그 시간동안, 내 동생은 씻을수없는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방문이 활짝 열렸다.
할머니가 크게 놀란 표정으로 방 안을 휘휘 둘러보더니, 동생에게 종종걸음으로 다가갔다.
그가 미친듯이 걷어찬 그리마들은 여전히 구석에서 벌벌거리며 다리를 꿈틀거렸다.
할머니가 이게 무슨일이냐며 동생을 끌어안았지만, 그 아이는 벌레들에게 눈을 떼지 못하고, 계속 비명만 지를 뿐이었다. 
다가오는 벌레들을 전부 쳐 죽이고 나서야 흐느끼며 할머니에게 매달리는 것이었다.
그러는 사이, 주방에서 미처 걷어내지 못한 달걀 부침 하나가 새카맣게 타들어가고 있었다.


동생이 이상한 행동을 보이기 시작한건 바로 다음날부터였다.
여기저기에 죽어 널부러진 그리마를 보면, 흡사 사냥감을 바라보는 고양이마냥 눈을 떼지 않고 가만히 지켜보았다.
바로 귀 옆에서 박수를 치던 고함을 지르던, 미동도 하지 않고 그자리에 눌러앉아 있었다.

어떤 날은 마루에 불이 켜져있길래 밖에 나가보았더니, 동생이 그자리에 가만히 서서 바닥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행동을 보고 잔뜩 겁을 먹어서 말을 걸자, 동생은 눈동자만 돌려서 내 쪽을 바라보았다.
마치 무언가에 홀린것마냥 말이다.


이런 기이한 행동은 누군가가 그 벌레를 치우기 전까지 계속되었다.
더욱 심각한 것은, 그 벌레가 조금이라도 자신에게 다가오면 미친듯이 뒤로 물러나며 발작을 일으킨다는 점이었다.

내 동생의 이상행동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잠을 자기 전에는 항상 주변에 방벽처럼 연결한 박스를 세우고 잠을 잤다.
혹시 벌레들이 자고있을때 다가올것을 미연에 방지하려 했던것이다.

\"입때꺼정 고치지도 못혔는데 아가 오믄 으쩐단 말이여.\"

동생의 행동을 보던 할머니가 으레 내쉬던 한숨이었고, 할아버지는 그때마다 역정을 내시며 자리를 피하셨다.

결국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내 동생이 얻은 병적인 광기에 대해서 쉬쉬했고, 결과적으로 우리 어머니는 아무것도 모른 채 우리 형제를 서울로 데려갔다.


서울로 오고 며칠간은 어떤 벌레도 눈에 띄지 않았다.
가끔 보이는 애집개미들은 그러려니 하고 넘겼다.
더군다나 내 동생은 개미들이 그리마의 천적이라는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벌레들이 더이상 보이지 않다보니, 시골에서 들고온 보호방벽도 슬그머니 창고에 넣어두고 정상인처럼 행동하기 시작했다.
가끔씩 눈을 크게 뜨고 사방를 살피는 행동도 더이상 하지 않았다.
점점 웃는 일이 많아졌고 내가 그 아이를 항상 지켜볼 필요도 없어졌다. 

그렇게, 우리 형제의 생활은 어느 새 정상 궤도에 돌아온것만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