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겨울은 여느때보다 모질었다.
수도관이 터져나갔고, 보일러를 틀고자도 코 끝이 차가웠다.
아버지가 동장군을 운운하며 푸념을 할 정도로 추운 날씨 속에서, 난 첫번째 그리마를 내 방에서 발견했다.
벽에 붙어서 더듬이를 휘적거리던 그것은 길이만 5cm가 넘을정도로 거대했다.
누가 볼세라 잽싸게 잡아서 죽였지만, 이게 다른방에서 나타나지 않을거란 보장이 없었다.
내 동생은 아직까진 천진난만하게 생활하고 있었지만, 난 언제 그리마가 나타날지 전전긍긍 하느라 바빴다.

그런 우려 속에서 다시 며칠이 지나갔다.
추위는 여전했고 난 몇마리의 그리마들을 더 잡았다.
한마리 한마리 터트려 잡을때마다 원인모를 분노가 치솟았다.
이런 더러운 벌레들만 없었으면 내가 이럴일도 없었고, 동생이 PTSD를 앓을 일도 없었다.
이렇게 필사적으로 그리마들과 전쟁을 벌였지만, 결과적으로 모두 헛수고가 되고 말았다.

친구들이랑 놀러다니느라 밤 늦게 들어온 어느 날이었다.
동생의 방 문을 열고 안을 둘러보니, 창고에 박혀있던 방벽이 쳐져있었다.
동생은 그 사이에서 온몸을 꼿꼿이 세우고 자고있었다.
무슨일이 일어났는지는 불보듯 뻔했다.
그 아이는 그리마들을 다시 보고 말았던 것이다.

그 이후부터, 8년전에 있었던 일이 다시 되풀이되고 있었다.
걱정이 되어 가끔 동생의 방을 찾아가면, 항상 방벽 속에 앉아있곤 했다.
노트북이며 책이며 책상이며
어느새 점점 넓어지는 방벽속에 들어와있었다.
방 안의 방에서 생활하는 동생이, 어느순간 자신의 광기를 넓히고 있었다.
그 아이는 당시에 받았던 용돈 모두를 살충제에 쏟아부었다.
가끔 밤에 스프레이 소리가 들려서 동생의 방을 들여다보면, 어김없이 온 방에 살충제를 뿌리는 동생이 보였다.
내 기척을 알아채고 뒤를 한번 돌아보고는, 다시 살충제를 발랐다.
왜이러냐고 뜯어말린게 한두번이 아니었지만, 그 행동은 끊임없이 계속되었다.
그 범위는 점점 넓어져서, 방문 , 방문 밖, 주방, 화장실...
곰팡이처럼 점점 퍼지기 시작했다.


여느날처럼 학교에서 돌아오고 내 방에 들어가는데, 강한 살충제 냄새가 코를 찔렀다.
동생이 벽지가 축축하도록 스프레이를 뿌린것이었다.
내 방 뿐만 아니라 우리집 모든 곳까지 스프레이가 닿지않은곳이없었다.
벌레들은 더이상 살곳이 아니라 체감한건지 더이상 보이지 않았음에도, 동생의 방역작업은 계속되었다.
다시금 몇번인가 말리려고 해 봤지만, 동생의 광기를 말릴순 없었다.


부모님께 말씀드리고 당장 정신병원에 데려가야한다고 했으나, 당시만 해도 정신병 기록이 남는다고 쉬쉬하던 시절이었다.
제대로 된 치료도 없이, 동생은 서서히 미쳐가고 있었다.
살충제가 집안 곳곳으로 퍼져나가며 가족의 기침빈도가 점점 늘었다.
우리 가족은 다친 벌레처럼 자다가 몸을 웅크리고 기침했으며, 동생은 그런 가족 주위에 다시 살충제를 뿌렸다.


온 집안이 냄새로 가득차자, 어머니가 참다못해 온 창을 열어제꼈다.
베란다 창문을 시작으로 주방창문까지, 방충망까지 완전히 열어 제꼈다.
한겨울에 추운 공기가 집안에 들어오자, 아이러니하게도 기침이 멈췄다.
내 방도 활짝 열어두고 마루로 나오는 중, 동생이 스프레이를 들고 베란다에 서있는걸 봤다.
그 아이는 묘한 표정으로 보일러실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직 그 방은 \'방역\'작업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왠지모를 불안감에 그자리에 우뚝서서 동생을 바라보았다.
보일러실 문은 녹슬었는지 끼익거리고 있었다.
굳이 그곳까지 스프레이칠을 해야하나 싶었지만, 무섭도록 섬뜩한 표정을 다시 보고싶진 않았다.

그 순간, 8년 전의 상황이 겹쳐보였다.
그때와 같은 느낌의 불안감이 온몸을 지배했다.

휴지를 들고 벌레를 찌르려던 모습과
스프레이를 들고 문을 잡아당기는 모습이 한가짓것으로 보였다.



동생이 더욱 힘을 실어서 문을 잡아당기는 순간









뜨거운 방에 숨어있던 수십마리의 그리마들이 튀어나왔다.
마치 화산 쇄설류처럼 회색 몸뚱아리들이 겹친채로 몰려나왔다.

수백개의 다리들이 아우성거리고 베란다 바닥을 가득 채웠다.
나의 비명소리인지 동생의 비명소리인지 분간할수가 없는 소리가 머리를 뒤흔들었다.

잿빛 몸뚱아리 가운데 주황빛 점이 희끗거렸다.
다리들이 서로 엉키며 필사적으로 기어가는 모습에 구역질이 날 즈음, 갑자기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수많은 벌레가 기어다니고 있음에도 이렇게 조용한게 신기하게 느껴질때 
무언가 박살나는 소리가 똑똑하게 들려왔다.

고개를 들어 베란다를 바라보았다.

동생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오직 그리마들뿐.

얼마 지나지 않아, 바깥에서도 찢어질둣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그제서야 모든 상황이 이해되었다.

내 동생은 12층짜리 베란다에서 투신한것이다.




동생의 시신을 수습한 의사의 말로는, 그 아이의 온몸에 찌부러진 그리마들이 붙어있다고 했다.
전부 떼어내고 깔끔하게 수습했다는 말에, 어머니가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결국 그렇게 증오하던 벌레들이, 복수하듯 동생의 몸에 엉켜있었다.

경찰의 말로는, 내 동생은 실족사. 그러니까 사고사로 처리되었다고 한다.

강도가 절벽에서 칼로 위협해서 투신한 사람이 사고사가 되는가?

문득 반박하고 싶었지만, 난 조용히 입을 닫았다.










다음편 (아기 울음소리)